[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 25일 새벽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막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자사 결제시스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통과했다.
전세계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앱마켓 수수료 강제와 관련한 논란을 한국 국회가 처음으로 법제도 틀 안에 넣게 되면서 거대 독점적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불공정 해소 움직임이 여러나라로 퍼질 전망이다.
그동안 구글과 애플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에 사실상 자사 앱마켓에서의 결제만 강제화 하는 정책으로 앱 개발사나 이용자 모두에게 불만을 사왔다. 국내에서는 구글이 10월부터 자사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국내외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자사 결제시스템(인앱결제)을 의무화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법제도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에픽게임즈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인앱 결제에 대한 수수료 30%가 과하다며 자체 결제 수단을 만들었다. 애플과 구글은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에픽게임즈의 게임 앱 포트나이트를 삭제했다. 에픽게임즈는 이와 같은 조치는 반독점 행위라며 애플과 구글을 고소,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앱결제방지법은 말그대로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수수료 30%를 적용한 애플에 이어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국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법안이 30일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구글의 수수료 2배 인상은 무산될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이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대형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하원에서도 법안이 발의됐다. 연방 차원에서 인앱결제를 겨냥한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은 스마트폰 생태계 초기에는 수많은 기업과 창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독점적 지위를 통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외쳤던 구글은 ‘수익 극대화’라는 기업의 기본적 목표에만 집중하면서 여러 국가의 규제기관, 입법기관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개정안 통과까지 9부능선을 넘었지만 약간의 변수는 남아있다. 이번 인앱결제방지법과 함께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 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대해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각각 전원위원회 소집,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거론하는 등 본회의에서 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말 많고 탈 많은 언론중재법과 달리, 인앱결제방지법은 거대한 앱마켓 생태계에서 합리적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동안 쟁점법안 때문에 유탄을 맞았던 정보통신기술(ICT) 법안들은 한둘이 아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법사위를 통과한 법이다. 변수에 대한 우려는 우려로 끝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