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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대선]⑤ 거버넌스 대개혁 : 과기부총리? ICT독임제?

권하영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최대 화두는 ‘거버넌스’, 즉 정부 조직의 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과 ICT 분야는 미래산업의 근간이 되는 동시에 국민 일상생활에 밀접한 만큼, 진흥과 규제를 균형 있게 다뤄줄 정부 부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의 과학·ICT 정책은 혼선의 연속이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과학·정보통신과 방송미디어 영역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쪼개버렸고,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미래부 명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 바꾸는 정도의 정부개편이 이뤄졌다.

융합경제 시대 산업과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부처간 칸막이도 낮아졌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분산됐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도 소관부처를 정하는 일이 막막해졌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도 빈번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차기 정부가 뚜렷한 정책 컨트롤타워를 제시해줄 것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 업무가 분산된 만큼이나 위상과 권력도 분산된 탓에, 그동안 과학·ICT 산업이 홀대받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능이 파편화된 이 구조에서는 이종산업간 융합이 필수인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과기부총리 도입·대통령 직속위 등 제시돼

주요 대선후보들은 과학·ICT 거버넌스와 관련해 일제히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그리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과학기술 분야 실질적 사령탑 역할로서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도입의 경우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있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사라진 것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그 뿐만 아니라 예산 책정과 실질적 권한 강화 등도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는 데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3인의 후보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그러나 정부부처의 권한이 커지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과학기술 정책을 흔드는 사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도입보다는 민‧관이 함께하는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통령 직속 관할로 해 과학기술에 바탕한 국정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 주변 전문가들은 부총리제와 같이 부처들을 총괄할 상위의 부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 중심의 부총리제 도입에 대해 ICT 분야는 여전히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ICT 역시 과학기술 못지 않은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독임제냐 자율협력이냐, 실행 가능성이 관건

세부적인 거버넌스 방향에 대해서는 후보들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독임제 부처와 공영위원회로 이뤄진 구조 또는 유연한 정책 결합을 위한 모듈형 거버넌스 등 다양하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산재된 과학기술, 정보통신, 방송콘텐츠 등 분야 전반을 어떻게 분류할지도 과제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책목표에 따라 민간영역은 독임제 부처, 공적영역은 위원회 형태로 정책을 관할하는 게 적합하다”고 봤다. 또한 “과학 분야는 과학기술부로 따로 분리하는 것이 맞다”며 “기술 수명 주기가 긴 과학과 변화 속도가 빠른 ICT 영역은 서로 호흡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플랫폼과 콘텐츠 부문의 결합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디지털전환이 가속되면서 앞으로는 플랫폼이 중심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면 알 수 있듯, 플랫폼과 콘텐츠가 충돌할 여지가 많고, 이를 잘 조율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한 부처에서 같은 정책 방향으로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의 거대 부처보다는 ‘모듈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면 전문 부처화 되고 있는 경향이 큰데, 이제 융합 ICT가 대두될수록 최소한의 규제와 유연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면서 “부처간 협력 환경이 잘 갖춰져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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