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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대선]④ 핫이슈 파헤치기 : 배달앱, 공공화 vs. 자율화

이안나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주문 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민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매출은 15조6000억원으로 전체 외식업 매출 중 15.3%를 차지했다. 2019년 3.7%에서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배달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달 라이더 오토바이 사고는 늘고,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 높은 수수료에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이 대중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주요 대선후보들도 처음으로 배달시장 관련 공약 및 입장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공약 중 유사한 내용은 ‘오토바이 전면번호판 부착 의무화’다. 이재명 후보는 전면번호판 부착 전면 의무화를, 윤석열 후보는 영업용 오토바이부터 단계적 의무화를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내걸었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지 전면번호판 의무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단 전면번호판 부착이 배달 라이더 과속을 줄이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따져봐야 할 과제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오토바이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선 비슷한 목소리를 냈지만, 배달앱 시장에서 기업과 자영업자, 소비자들이 ‘상생’하는 방식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인다. 특히 배달 플랫폼 입점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에 이재명 후보는 ‘공공배달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민간 주도 합리적 수수료 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 ‘배달특급’, 누적 거래액 1200억원...李 “공공과 민간 상호경쟁”

“대통령이 되면 ‘배달특급’을 전국화하려 한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배달앱 운영범위를 전국으로 넓히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배달시스템이나 주문시스템은 공공인프라로 깔아주고 그 안에서 경쟁하게 해야 한다”며 “조그만 시·군이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인프라를 깔아두고 관리만 하면 비용이 거의 안 든다”고 말했다.

배달특급은 민간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응해 2020년 12월 경기도에서 출시한 공공배달앱이다. 최근 누적 거래액 1200억원을 돌파했고, 가맹점 4만7000여개, 누적 회원은 7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배달앱 시장 성장과 함께 배달특급도 꾸준히 규모를 키웠고, 현재 배달특급 같은 공공배달앱은 지역별로 21개가 생겼다.

실제 공공배달앱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게 현실적으로 긴요한 서비스다. 소상공인에게 1% 중개수수료만 받고 있어 민간 배달앱과는 최소 10% 넘게 차이가 난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실익을 크게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지역화폐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지역경제·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소비자 편의성도 확대된다.

공공배달앱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 모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 이재명 후보도 모든 공공배달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하루 활성 이용자가 1만명이 넘는 경기도 ‘배달특급’, 대구시 ‘대구로’, 광주시 ‘위메프오’, 충청북도 ‘먹깨비’ 등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공배달앱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통합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이 후보 입장이다.

◆공공배달 시장 영향력 미미…尹 “비용 대비 효율성 있는 방안 찾아야”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 자영업자 부담을 줄인다는 공공배달 앱 취지에 대다수가 공감한다. 그럼에도 공공배달 전국화에 한계가 지적되는 이유는 세금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공공배달에 유입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민간 배달앱에 버금가는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 판매수수료를 1% 남짓한 수준으로 받는 상황에서 민간 앱과 경쟁하려면 세금 투입 없인 불가능하다.

실제 경기도 배달특급은 2020년 20억원, 2021년 128억원, 2022년 80억원 예산이 투입됐다. 3년간 약 228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누적 거래액이 1200억원을 돌파했다 하더라도 전체 배달앱 시장에서 영향력은 2~3% 수준으로 평가된다. 21개 공공배달 앱 중 4개 업체를 제외하곤 성과가 아직 부진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우수 업체들 성공 노하우 기반으로 공공배달 전국화를 추진한다면 투입되는 세금 역시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는 공공배달앱에 대해 “수수료 경감 취지는 좋지만 플랫폼 특성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효과적인 방안이 되긴 어렵다”고 했다. 대신 플랫폼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업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수수료 옵션을 제공하는 등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최근 자영업자 대상으로 업종·가격대별 수수료와 배달비를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개편했다.

정부가 시장에 플레이어로 직접 참여하기보다 수수료 상한제 등을 도입해 현재 배달앱 과점체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플레이어로 뛰는 것보다 이들끼리 경쟁을 유도해 시장을 효율화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시장 지배력이 강한 업체 대상으로 수수료 인상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개입한다는 조항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을 통해 얼마만큼 인상할지 정부가 관여하겠다고 하면 제한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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