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IT’s대선]③ 뒷북 공약은 그만 : 너도나도 이대남 ‘겜심’ 공략

왕진화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사진=디씨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갈무리
사진=디씨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과거 대선에선 게임에 대한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대선은 확연히 다르다.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겜심’을 사로잡기 위한 대선 주자들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층은 젊은 남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자들의 게임 공약은 ‘이대남(20대 남자) 공약’으로도 함께 묶이곤 한다. 게임 공약은 대체적으로 게이머 위주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어, 내용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약은 사실 처음부터 비슷하진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게이머 표심을 얻기 위해 스탠스를 확 바꿨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타 정당에 비해 게임산업에 대한 메시지가 일관적이고, 뚜렷하다. 가장 먼저 게임 자체에 목소리를 낸 대선 주자도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는 ‘확률형 아이템’ 구성확률 및 기댓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컴플리트 가챠(2중 뽑기)를 금지하자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씨)’ 이재명 갤러리에 직접 게임 관련 글을 올렸다. 게임 이용자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큰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 이용자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게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데 정치가 할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후보에 따르면 한국 게임시장은 짧은 시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고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산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이용자 권익 보호에는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후보는 “최근 이용자들이 게임 관련 불편 사항이나 분쟁이 생길 경우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용자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게임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데 정치가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후보는 게임 대표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본인이 생각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게임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처음부터 게이머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정확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게이머에게 친숙한 인물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말, 이용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전부개정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이 게이머 눈총을 맞았다. 확률형 아이템 등 게임업계 운영을 자율규제로 둬야 한는 게 골자였기 때문이다. 자율규제 조항을 통해 협회가 자율규약을 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업계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특히 해당 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확률형 아이템에 철퇴를 가하자는 게이머 의견과는 정반대 행보를 예고한 법안이었다. 게이머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일자 해당 법안은 일주일 만에 철회됐다. 또, 이재명·안철수 후보와 각각 출연을 논의 중이었던 김성회의 G식백과 출연도 무산됐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은 올해 첫날 한 게임 전문 매체에 보도된 윤 후보의 서면 인터뷰였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반대와 게임 질병화 찬성 의견 등이 골자였다. 당연히 게이머 질타를 피할 순 없었다. 그러나 당시 윤 후보가 직접 밝힌 입장은 더 황당했다.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인터뷰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내홍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 기사가 나간지 하루만에 윤 후보는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후보는 “확률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게이머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극적으로 봉합하고, 게이머 친화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윤 후보가 보인 태도 변화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2일 SNS를 통해 “업계 편만 들던 모습에서 입장을 180도 바꿨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에 방점을 뒀다고 하는데, 저와 이재명 후보가 여러 자리에서 강조했던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전면 공개 공약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며 ”21대 국회에서 제가 처음으로 이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질의와 함께 참고인까지 부르는 등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왔다. 한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하지만 권익 보호에 이어 확률형 아이템 문제까지 그대로 차용한 점은 아무래도 신선함이 떨어지긴 한다“고 꼬집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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