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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대선]④ 핫이슈 파헤치기 : 원화마켓 코인 거래소, 5개면 된다?

박현영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 투자자라면 누구나 ‘4대 거래소’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칭하는 ‘4대 거래소’는 원화와 코인 간 거래를 지원하는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를 뜻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는 거래소는 반드시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 이때 은행들이 거래소에 계좌를 내주는 것을 기피하면서, 대부분 거래소들이 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는 ‘코인마켓’으로 영업을 신고해야 했다. 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기존에 계좌를 확보해둔 4개 거래소에 불과했다.

그런데 얼마 전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던 4대 거래소 체제가 무너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으면서다.

이에 고팍스 같은 거래소가 더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원화마켓이 필수적인 만큼,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발급받는 거래소가 더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래소도 스타트업이므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는 5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거래소에서 상당수 가상자산이 거래되고 있으므로 5개만 있어도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거래소 운영의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안전하게 영업하는 거래소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한다. 이 같은 의견 차이는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尹 “거래소 은행 계좌 발급 수월하게”

출처=국민의힘 공약위키
출처=국민의힘 공약위키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거래소들을 더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고충은 계좌 발급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데 있다. 법 준수를 위해선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은행과 협의할 적절한 창구도 없을뿐더러 은행들이 계좌 발급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게 거래소들의 주장이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확보하기 보다, 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은행도 사기업이며 가상자산 거래소도 사기업이다. 사기업의 사업 운명을 또 다른 사기업이 결정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거래 계좌와 은행을 연결시키는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함으로써 실명계좌 발급을 수월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은행과 협의하는 게 매우 어려우므로 정부 차원에서 이를 연결한다는 취지다.

그는 지난달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며 “디지털자산 거래 계좌와 은행을 연계시키는 전문금융기관을 육성해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거래소가 여러 곳과 제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沈 “거래소 자격심사 더 강화”
출처=심상정 트위터
출처=심상정 트위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은 앞선 입장과 완전히 반대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자격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심 후보 측은 가상자산사업자 규제와 관련, 현행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바꿔 자격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도 특금법 상 요건을 다 갖춰야 신고할 수 있는 구조로 사실상 ‘인가제’라는 의견이 많으나, 이를 진짜 인가제로 바꿔 자격 요건을 더욱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거래소, 나아가 가상자산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으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심 후보는 가상자산을 투기성이 짙은 위험자산으로 보고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어피티가 주최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 “정부와 기업이 청년 세대에게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가상자산에 대해 ‘손실 위험이 큰 위험자산’이라고 밝혔다.


◆"원화마켓 거래소 5개론 부족"…커지는 업계 목소리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소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더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차례 포럼을 개최하며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팍스가 계좌를 확보했을 때는 제2, 제3의 고팍스가 등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통과했음에도,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막혀 코인마켓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거래소들에게 고팍스의 사례가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신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타 가상자산 거래소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며 “실명계좌 발급 추가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은행의 전향적인 검토와 결단을 계속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단체인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도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로 신고 수리한 26개 거래소 중,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5개에 불과하다”며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들에게도 조속한 기간 내에 실명계좌가 발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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