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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되려는 통신사, 이유있는 변신 [IT클로즈업]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통신이 고객의 시간을 많이 점유하는 서비스인 것은 맞지만,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크고 작은 플랫폼 회사에 빼앗겼다. 기존 통신영역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데이터와 신기술 기반의 고객 중심 플랫폼·서비스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최근 열린 ‘유플러스(U+) 3.0’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날 LG유플러스는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3.0 등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U+3.0 시대를 열고 2027년 비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비단 LG유플러스 뿐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와 분리하면서 ‘AI 서비스 컴퍼니’로의 비전을 밝혔고, KT는 지난 2020년부터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비(非) 통신’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은 기존 통신영역의 수익성이 정체돼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미 무선통신시장은 포화상태인데 비해 5G 등 새로운 이동통신 세대 전환으로 투자 압박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G 중간요금제와 e심 도입, 알뜰폰 시장 확대 등은 통신사들에 부담이 된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경쟁사의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것도 이제 옛일이 됐다. 이러는 사이에 통신사의 망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통신사가 자칫 빨랫줄 역할에 머무를 수 있다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사들은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자연스럽게 통신 외 분야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미 수년전부터 ‘탈통신’을 외쳐온 통신사들은 그 강도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구독서비스부터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미디어콘텐츠, 다양한 기업간거래(B2B) 등 이들이 강조하는 ‘탈통신’이라는 것도 결국 기존 통신 분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우리가 하려는 신사업 역시 통신서비스가 잘 굴러간다는 전제하에 새로운 서비스 전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통신 인프라 운영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수년 내 비통신 매출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 중인 통신사별 신사업을 살펴보면, 우선 SK텔레콤의 경우 AI 서비스와 UAM을 강화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최근 자사 뉴스룸을 통한 인터뷰에서 향후 10년의 성장 키워드로 ‘AI 대전환’을 꼽았다.

그는 “AI는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지속적인 진화를 통해 SK텔레콤의 핵심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의 업을 AI로 재정의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들고 이를 고객·주주와 계속 나눠가겠다”고 밝혔다.

또, UAM과 구독서비스(T우주), 메타버스(이프랜드), 미디어제작소(팀스튜디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미디어·엔터프라이즈 등 성장사업군의 매출 비중이 지금의 두 배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와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목표다.

KT 역시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코리아 텔레콤’을 넘어 ‘코리아 테크’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KT스튜디오지니 등을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분야를 강화 중이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은 흥행 홈런을 쳤다.

최근엔 현대자동차그룹과 7500억원 규모 지분교환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KT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규격의 공동 개발, 인공위성 기반 미래항공모빌리티(AAM)의 통신 인프라 구축, 전국 KT의 유휴 공간·네트워크를 활용한 EV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을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U+ 3.0 비전 발표와 함께 최근 발표한 구독형 서비스 ‘유독’과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 ‘아이들나라’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나라는 ‘키즈 OTT’ 탈바꿈해 키즈계의 넷플릭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신사업의 플랫폼화가 성공하면 광고, 커머스, B2B 등 다른 사업영역으로도 플랫폼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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