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심위원장, “마약·도박정보에 전자심의 적용 시급”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마약, 도박 등 사회적으로 피해가 크고 신속한 차단이 요구되는 불법정보에 전자심의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목동 소재 한국방송회관에서 5기 방심위 출범 약 1년7개월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통신심의국 심의담당 업무 인원은 48명에 불과한데 이는 쏟아지는 불법유해정보를 처리하는데 역부족”이라며 “디지털성범죄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전자심의 대상을 사회적 해악과 파급효과가 큰 마약·도박 2건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 상 전자심의 대상은 디지털성범죄정보로만 한정돼 있다. 이에 현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는 전자심의 대상을 마약과 도박, 의약품, 불법무기류, 저작권 침해정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 6건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당장은 급한대로 마약과 도박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해악을 고려해 이를 전자심의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의원들에게도 간곡하게 부탁했다”며 “이와 함께 전담인력 증원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위원회 출범 때만 해도 2만9589건에 불과했던 통신심의 건수는 지난해 23만4263건으로 8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인력 증원은 이에 미치지 못해 심의처리기간이 지연되는 등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그는 5기 방심위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정치 심의 시비를 극복하는 것을 꼽았다.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정당민원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방심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정당 접수 민원은 2012년 단 1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3년 간 폭증한 상황이다. 특히 2022년엔 무려 1687건에 달했다. 이중 정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1369건, 더불어민주당이 318건이다.
정 위원장은 “취임 후 1년 반 동안 느낀 건 늘 방심위에서 논란이 되는 정치심의”라며 “현재 방심위의 업무를 살펴보면, 약 70~80%를 차지하는 통신심의업무에서 유해정보를 차단하는 것이고 나머지가 방송심의인데 이중 정치적인 부분만 좁혀서 보면 대부분이 시사보도와 관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즉, 업무의 99%가 비정치적 영역인데 마치 시사보도만 심의하는 것처럼 비춰져서 정치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며 “여기에 방심위의 6:3 구조는 정치 논란의 근원적인 굴레”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년 반 동안 방송심의 법정제재 241건 가운데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제재는 7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방심위의 6:3 거버넌스 구조도 정치적 논란성을 야기하는 부분이다. 현재 방심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정연주 위원장과 옥시찬·김유진 위원, 민주당이 추천한 이광복 부위원장과 정민영·윤성옥 위원, 국민의힘이 추천한 황성욱 상임위원과 김우석·허연회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 위원장은 “이 두가 지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올해 전문가를 포함해 사무처에 팀을 꾸리고 심의기구의 거버넌스 체계와 방송심의과정 등과 관련한 해외사례를 조사·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럽과 미국 2곳 팀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같은 활동을 통해 거버넌스 구조와 정치심의 논란의 사회적으로 환기돼서 일정부분 해소됐으면 한다”며 “5기 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최소 규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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