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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미디어생존기<하>] 토종 OTT 과제는 ‘생존’…“현실적인 지원책 필요”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바야흐로 K-콘텐츠의 전성시대다. 이러한 K-콘텐츠의 경쟁력에도 불구, 아이러니하게도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글로벌 OTT를 상대로 고전 중이다. 이에 정부 일각에선 K-콘텐츠의 경쟁력이 해외 기업이 아닌, 위기에 처한 우리 미디어 산업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플랫폼과 제작사 간 상생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상생보단 각자의 생존을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상생을 위한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는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국내 OTT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다. 월 구독료에 의존하는 수익모델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탓이다.

국내 2위 OTT 플랫폼 ‘웨이브’를 운영 중인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주 지역 OTT 플랫폼인 ‘코코와’ 운영사 코리아콘텐츠플랫폼(KCP)를 인수, 해외 진출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코코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미주 30여개국에 K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이어 CJ ENM의 티빙은 2021년 미국 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와 제휴, 자사 콘텐츠를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세계 시장에 공개하는 간접적인 진출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직접 진출은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진출에는 막대한 규모의 비용이 들어간다. 현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콘텐츠에 자막·더빙을 입히는 등 콘텐츠 현지화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막 제작에만 1편(1시간 기준)에 약 7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한국어와 현지어를 모두 아는 자막 제작 인력은 많지 않다”라며 “그나마도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관련 인력을 모두 흡수해 국내 OTT는 관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현재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부처별로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출자해 민간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의 정책펀드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투자유치 및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흥행 기반이라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민간 자본이 움직여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OTT 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지 못한 상황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록 토로했다.

이에 패스트(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 방법도 거론되지만, 아직 패스트 플랫폼의 성과가 입증되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당장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FAST는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광고형 VOD(AVOD)’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AVOD 콘텐츠를 하나의 TV채널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패스트 플랫폼에서 웨이브는 하나의 TV채널로 제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 FAST 플랫폼인 삼성전자의 ‘삼성TV플러스(+)’만해도 서비스 중인 250개의 채널 가운데 K-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채널은 총 3개로, 이들 채널의 시청률은 모두 최하위권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콘텐츠 수급 비용은 높아지고 투자 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지어 경기는 안좋은 가운데 기업들이 과감한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기에는 좀 어려운 시기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이에 사업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콘텐츠 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가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제지원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지난해 발표한 가운데, 이를 통해 OTT 사업자가 얻을 효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콘텐츠 제작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OTT사업의 특성상, 투자는 OTT가 하고 세제지원은 제작사가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이 이뤄지는 경우 투자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직·간접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 등에 설치된 해외IT지원센터 중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부터 초기 진출에 필요한 시장조사와 현지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OTT와 제작사의 컨소시엄에 콘텐츠 제작비 뿐만 아니라 국제 콘텐츠 마켓 참가 및 더빙·자막제공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OTT와 유망 콘텐츠를 위한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를 추진하는 한편, 기업은행의 디지털미디어 융합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를 비롯한 민간 투자와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디지털미디어콘텐츠 관련 국정과제를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가 준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발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과기정통부는 물론,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위원회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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