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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SNS에서 벌어진 유통가 ‘댓글 도배’ 바람…그 속내는?

이안나 기자
[사진=이효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이효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가수 이효리가 “광고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후, 이 게시글은 SNS 사용자들이 즐기는 유머 콘텐츠로 진화했다. 각종 기업·지자체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효리를 ‘모셔가기’ 위해 각종 패러디와 센스를 발휘해 댓글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가수 이효리는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다시 하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효리는 2012년 당시 상업광고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게시글 자체는 평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댓글 상황은 수만명 사람들이 구경하러 모이는 공간이 됐다.

각종 기업 브랜드 담당자들은 홍보모델로 이효리를 섭외하기 위한 물밑 경쟁을 SNS에서 벌이는 중이다. 이 댓글을 보러 온 사용자들도 댓글을 달면서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은 4일만에 2만5000여개를 넘어갔다.

이 가운데선 소비재와 연결된 유통업계 활약이 두드러진다. 원소주·에뛰드하우스·무신사·이삭토스트 등 식품·뷰티·패션은 물론, 쿠팡·에이블리·이마트24·CJ올리브영 등 온오프라인 플랫폼사들 이름도 눈에 띈다.

게시글이 화제가 된 건 기업들이 남긴 댓글들이 각종 패러디와 밈들을 활용한 결정체들이 모여있어서다. 가령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나 블린데! 너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나랑 광고 하나 찍자!”라고 남겼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출연자들이 자신을 선택할 사람을 향해 외치는 문구다.

CJ올리브영 글로벌 채널은 댓글에 “You are very 농협은행 We love you”라고 적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농협은행’이 ‘너무 예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는 맥락을 알아야 한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농협은행이 어딨는지 물었는데, 이를 들은 한국인이 “너무 예쁘네요, 알아?”라고 착각한 영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무신사는 “안녕하세요! 분위기가 너무 좋으셔서요. 좋은 제안 드리고 싶은데 DM 하실까요~?”를 달았다. 이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을 찾아다니며 댓글을 남기는 공식 멘트로 통한다. 무신사는 최근 등장한 SNS 스레드에서 팔로우들에게 이효리에 어떤 댓글을 남겼으면 좋겠는지 후보를 정해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목도 있는 문구를 남길수록 이효리 인스타그램 댓글을 보러 온 사용자들이 ‘좋아요’와 ‘공유’를 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얼마나 재치있는 문구를 남기는 역량을 갖췄는지도 은근한 경쟁이 됐다. 숙취 해소제 컨디션은 “너무 늦어서 남길 드립조차 없다”고 남기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에 웃음을 줬다.

이중에선 진짜 이효리를 광고모델로 섭외하려는 목적보단 화제성에 편승해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로 글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 공식 계정은 해당 게시글에 “제주도에도 우도에도 로켓배송 쿠팡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통상 제주를 포함한 도서 산간지역에 배송을 보낼 땐 추가 배송비가 들게 마련이다. 쿠팡이 남긴 글은 이효리 광고모델 섭외와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주목도 높은 곳에 글을 남기면서 와우 유료 멤버십 회원은 제주도와 우도까지 배송비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틈새 마케팅’을 진행한 셈이다.

이마트24는 “효리님 이웃사촌이 되고 싶어요”라며 ‘24’가 ‘이웃사촌’을 뜻하는 단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는 “지금 송금하면 될까요?”, 신세계면세점은 “면세 쇼핑은 우리한테 맡겨”, “트렌비, 보고만 있을거야?”라는 광고 문구를 쓰던 트렌비는 “트렌비, 보고만 있다가 늦었다”라는 재치 있는 댓글을 남겼다.

실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남긴 내용으론 “댓글을 30분동안 읽은 건 처음이다”, “재밌는 게 끝이 없어 계속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라는 반응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이효리씨를 광고모델로 섭외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워낙 파급력과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보니 화제성을 얻기 위해 댓글을 남기며 동참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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