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행정 종합대책] “공공SW 선진화 위해선 ‘대기업 참여’ 필요해”(일문일답)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의 대기업 진입규제를 완화한다. 700억원 이상 대형 공공사업이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대책(이하 종합대책)’ 일환으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망을 시작으로 연이어 터진 국가전산시스템 장애 사태 이후, 재발방지와 공공정보화사업 선진화를 위해 부처합동으로 준비한 3대 추진전략과 12개 과제를 담고 있으며, 과기정통부가 추진해온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도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
소프트웨어진흥법 제48조에 따라, 대기업은 공공SW사업에서 일부 예외적으로만 참여할 수 있고,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제)에 속한 기업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이 제도는 2004년 도입 이후 중소기업 성장을 도왔으나, 최근 다수 공공SW사업에서 품질 문제가 제기되며 폐지 필요성이 떠올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설계‧기획 사업 및 대형 공공SW사업의 참여제한 완화 ▲중소기업 참여기반 보완 ▲참여기업의 컨소시엄 제한기준 완화 ▲사업 및 제도 운영상 문제 개선을 위한 7개 제도개선 과제를 추진한다.
설계‧기획 사업을 전면 개방해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 상출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 또한, 상생협력 평가제도에서 대형사업 한정 중소기업 참여지분율(50%→40%)을 낮추고, 상생협력 배점(5점→3점 이상)과 등급체계(5→3등급)도 개편하며, 기술성 평가시 하도급 비중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주게 하는 차등 평가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만 참여 가능한 사업구간을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1000억원 이상 대형SW사업에 대해서는 컨소시엄 구성원 수를 10인 이하, 최소지분율을 5% 이상으로 제한기준을 완화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심의 때 신청부터 결과 통보까지 평균 약 45일 소요되는 심의기간 또한 단축한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공공SW사업 선진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봤고, 여러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망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번 대책에 같이 포함했다”며 “공공SW 시장 규모와 다른 나라의 선진화 수준을 봤을 때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과기정통부의 강도현 실장, 이도규 소프트웨어정책국장, 장두원 소프트웨어산업과장과의 일문일답.
Q. 대기업 참여기준을 700억원으로 설정한 이유와 근거는.
▲(강도현 실장) 대형 사업의 시장 규모와 대기업 참여 여부 및 비율을 확인해 봤는데, 700억원 이상 사업에서는 예외 심의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에서도 대기업이 참여하는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이 시장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봤고, 그런 점에서 중소업체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좀 작은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700억원 이상 비용이 드는 대형 사업이라는 전제 하에 국민생활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부분이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규제 개선의 효과 또한 고려했다.
Q. 행정망 장애의 해법으로 대기업 진입조건을 완화하겠다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결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왜 대기업 규제완화가 필요한지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해달라.
▲(강도현 실장) 공공SW사업 선진화와 규제개선 측면에서 1년 이상 검토한 문제다. 제도 자체 시행은 20년이 됐고, 대기업 제한 문제는 11년이나 된 과제였다. 대기업들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여러 의견을 수용하던 중에 행정망 문제도 발생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 같이 포함한 이유는, 앞으로 공공SW 선진화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보고 함께 발표하게 됐다. 특히 기존 SI(시스템통합) 중심에서 이제 신기술 도입이 중요해졌고, 그래서 대형 사업은 필요하다 봤다. 답보돼 있는 공공SW 시장 규모와 다른 나라의 선진화 수준을 봤을 때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 필요하다 판단했다.
Q. 공공SW사업 중 중소기업에 열어주는 30억원 미만 사업은 비중이 얼마나 되나.
▲(이도규 국장) 2013년 중소기업 참여구간을 만들었을 때, 당시 구간이 50% 정도 비중을 차지했다. 시간이 흘러 공공SW 규모가 커지면서 2022년 기준 37%로 떨어졌다. 우리가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참여구간을 30억원으로 늘린다면 과거 참여율인 50%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중소기업 육성 효과도 거두면서 대기업도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공공SW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Q. 중소기업 참여지분율을 50%에서 40%로 낮춘다 해도, 그게 또 다른 관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분율이 몇퍼센트가 돼야 품질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강도현 실장) 적정 규모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50%로 규정돼 있는 이런 획일적인 방식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 판단했고 차등 적용해 나가겠다고 제도 개선을 준비한 것이다. 사업 성격과 기업들의 여러가지 리소스 부분이 있겠지만, 50%로 정해져 있다고 해서 기업들이 다 50%로 맞추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
Q. SW진흥법 개정사안인데, 야당 협조는 어떻게 구할 건지.
▲(강도현 실장) 야당 여당을 떠나 국회에 설명해야 할 부분이다. 산업계와 추가적인 성실한 설명도 필요할 것 같다. 이미 윤두현 의원 발의로 법은 준비돼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첫째, 국민 불편 없어야겠고 둘째, 공공SW 시장에도 첨단기술이 도입돼야 한다. 대기업이 참여했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나 혹은 대기업이 참여 못하니 문제라거나 여러 논란이 있지만, 차차 풀어나가면서 국민 불편을 가장 먼저 해소해 나가겠다.
Q. 공공SW사업에서 수주기업이 적정대가를 받는 게 중요한데, 구체적인 내용이 왜 이번 대책에선 빠졌는지.
▲(강도현 실장) 어려운 점이 있다. 민간에서 정리한 SW대가 기준도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종합대책을 보면 SW대가를 상향하겠다고 돼 있는데, 상향이라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예산을 수반하는 사업이다보니, 구체적으로 몇프로라고 제시하기엔 현 단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구축에 있어선 상향 적용이라고 방점을 찍었고, 유지보수는 중요도를 검토해 차별화시키겠다고 했다.
Q. 700억 이상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게 되면 지금 대기업 참여 비중이 70%라고 했는데, 더 늘어나면 어느 정도 비중이 될까.
▲(강도현 실장) 앞으로의 시장이나 내용에 대해선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공공SW 시장이 매력적이진 않은 시장이다. 오히려 방점을 두는 부분은, 설계기획 단계에서 대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부분이고, 발주처와 역량 있는 기업들이 같이 시장 역동성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참여 비중은 앞으로 더 확대되길 기대한다.
Q. 대가 상향과 관련해, 재정당국은 논의 과정에서 어떤 입장이었나.
▲(강도현 실장) 재정당국을 포함해 다 같이 진지하게 협의했다. 이번만은 바꿔보자고 천명한 부처가 있었고, 재정 등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는 의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상향 적용을 명시한 것에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요율을 어떻게 할지, 유지보수 단가를 어떻게 할지 등에 관해선 여러 의견이 있었고, 앞으로 더욱 적극 협의할 생각이다.
Q. 기획설계 단계에서 과업범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있었는데 이번 대책에 포함이 안 돼 있다. 조달청에서 과업심의하는 게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지는 건가.
▲(강도현 실장) 과업변경은 중요한 문제이고, 그동안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 조달청에 일정 부분 위탁하자는 방향으로 가는 거고, 세부적인 내용은 만들어가는 단계다. 과기정통부도 그 가이드라인에 대해 적극 협의할 것이다. 그 시점과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제라고 정하긴 어렵다.
Q. 올해 확정된 700억원 이상 사업이 몇개나 되는지. 사실 대기업에선 700억원이든 1000억원이든 상관 없고, 전면 폐지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데.
▲(강도현 실장) 사업 개수는 좀 더 봐야겠지만 많지는 않은 단계로 안다. 대기업들은 공공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익성 문제 등을 다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지 않을까. 앞으로 700억원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발주기관들이 보다 고차원적 기획들을 해줘서 시장 역동성을 키워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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