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10년 뒤 빅테크 기업 절반 망할 수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10년 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 절반은 망하고 새로운 기업으로 대체될 겁니다.”(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7일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마드라스체크가 개최한 ‘플로우 3.0 AI 나우’의 기조연설 발표자로 나서서 이같이 밝혔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를 휩쓸 것이라는 예견이다.
인터넷을 위한 TCP/IP 기술은 1970년쯤 이미 완성됐지만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월드와이트웹(WWW)이 등장한 1990년대무렵이라고 말한 그는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초창기 인터넷을 이용한 것은 전문가들 뿐이다. 이들이 인터넷으로 하는 혁신이라는 것은 이메일 정도였다. 그러다가 WWW가 등장하면서 어마어마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며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했던 TCP/IP에서 마우스 클릭 만으로 이용 가능한 웹브라우저로 인터페이스가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챗GPT’의 등장 전후로 AI의 파급력이 달라진 것도 인터페이스의 혁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만 활용할 수 있었던 AI를 누구나 쉽게, 자연어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급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자에서 시작된 생성형 AI는 최근 그림, 영상 등으로 확장됐다. ‘멀티모달’이 주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문자와 그림, 영상 등을 함께 학습해 글만 입력해도 그림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크로스모달’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DNA 구조와 단백질 분자 구조를 함께 학습시키면 DNA 스트링만 입력하면 3D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글과 소리와 DNA 구조를 함께 학습시키면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정말 무한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많은 이들이 생성형 AI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의 급성장으로 당장 위기에 빠진 기업도 언급했다. 역설적이게도 AI 시장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이다.
그는 “구글은 챗GPT가 출시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직원들에게 ‘코드 레드’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망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다”며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을 두고 2000년도 초 야후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오는 중이다. 되돌릴 수 없는 하향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구글이 위기에 놓인 것은 매출 대부분이 광고에서 발생하는 회사라는 특성 때문이다. 검색을 통해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광고주에게 판매해 수익을 거뒀는데 앞으로는 검색 대신 생성형 AI로 답을 구하는 비중이 늘면서 매출이 급락하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생성형 AI 시대에는 검색의 필요성의 10분의 1로 추락하게 될 거라고 알려져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구글의 매출이 10분의 1로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WWW의 등장 시기에 아마존, 구글 등이 등장해 현재의 자리를 꿰찼듯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보인 것은 업무 생산성의 변화다. 산업화와 공장 자동화 등 제조 혁신을 통해 제조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지식근로자의 업무 생산성은 수십년 째 그대로라고 말한 김 교수는 “생성형 AI는 지적 노동도 대량 생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김 교수는 생성형 AI가 확산될수록 한국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작년 우리는 챗GPT를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와 같은 기존 폼팩터로 경험했다. 하지만 이런 폼팩터들은 인터넷 경험을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생성형 AI에 특화된 폼팩터가 등장하리라 본다. 그러면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한국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모바일이 등장했다고 해서 PC가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는 대부분 모바일에서 이뤄졌고 PC는 레거시 산업이 됐다”며 스마트폰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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