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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적대적 기업사냥 논란③] 고통스런 '쩐의 전쟁' 후유증 예고… 매각·구조조정, 불편한 시나리오↑

최천욱 기자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화려한 '쩐의 전쟁'도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측은 주당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의 인상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를 방어해야하는 최윤범 회장측도 자본을 동원해 지분 경쟁에 나서야할 시점이다.

이제 MBK파트너스에 맞서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누가 나설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급하게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벌어진 '쩐의 전쟁' 이후에 직면하게될 후유증은 기업 구성원들이 직면해야될 몫으로 남게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경영권분쟁 결과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돈잔치를 벌인 과정에서 발생한 불편한 청구서는 결코 피할 수 없기때문이다.

지난 19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은 한국의 기간 산업 기업으로 중국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MBK파트너스는 토종 사모펀드로 한국 정부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인데, 무슨 수로 한국의 기간 산업을 중국에 팔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에도 팔지 않고, 국내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 출자자(LP)는 중국계 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한국 등 세계 연기금과 금융기관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따라서 MBK파트너스측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국 자본으로의 매각설은 일종의 마타도어(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중국 자본에 매각하지 않고 국내 기업에 재매각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고려아연의 경영권분쟁을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로 규정하면서 향후 중국 자본으로의 매각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 시나리오 단행에 대한 의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중국 자본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MBK… 시장은 얼마나 신뢰할까

시장 일각에서 ‘고려아연을 국내 기업에 매각하겠다’고 말한 MBK파트너스측이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이번 ‘쩐의 전쟁’(주식공개매수)으로 고려아연의 몸값에 왜곡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초 주당 66만원을 가정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목표한 고려아연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지분 25% 가치는 3조5000억원 수준었는데, 이 가격에 고려아연을 인수할 국내 기업이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MBK파트너스측이 지난 25일 공개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은 25%의 지분 가격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고려아연의 적정한 몸값 계산이 더 난해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IB업계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M&A를 통한 자본 운용 구조상 시세차익을 거둬 결국 출자자에 돌려줘야 한다. 통상 투자 후 3~5년 차부터 매각 시도하는데 자본조달비용등을 감안해 5년후에 원금의 1.5배에 팔아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즉, ‘투자수익율 극대화’라는 단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쩐의 전쟁을 통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다하더라도 나중에 수익창출(엑시트)을 염두에 둔다면 기존과 같은 고려아연의 경영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수한 회사의 몸값을 단기에 끌어올리기 위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과 상시 구조조정, 그리고 그로인한 노사간의 격렬한 갈등 발생은 그동안 사모펀드를 통한 국내 M&A사례에서 문제점으로 숱하게 지적돼왔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고려아연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인식이다.

지난 19일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각에서 제가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사진 자료 연합뉴스
지난 19일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각에서 제가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사진 자료 연합뉴스

◆사모펀드에 M&A된 국내 기업들, 극심한 갈등 초래 사례 많아… 정치권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깊은 우려

이와관련 민병덕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BHC, 한국타이어(현 한국앤컴퍼니) 등에 이어 이번에는 고려아연에 대해 약탈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투기자본 이익에만 충실한 채 기업과 지역, 근로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행태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의원들은 이어 향후 중국 자본이 고려아연을 인수하게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의 이탈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고려아연의 사업장이 있는 울산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울산 울주군), 김태선 민주당 의원(울산 동구), 윤종오 진보당 의원(울산 북구) 지역구의 의원들은 최근 국회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고려아연 M&A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연유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10월7일부터 시작되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위의 경우, 이번 국정감사에 김병주 회장을 비롯해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증인 채택을 확정했다.

참고로 지난 2020년 2월, MBK파트너스는는 ‘홈플러스’의 매장과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고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배당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회사를 인수한 이래 2020년까지 매장 등을 매각해 약 1조9000억원을 회수했고, 배당금으로 1조2000억원을 지급받았다. 이를 통해 인수당시 차입금 4조3000억원의 53%인 2조3000억원을 회수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등 4000여 명의 직원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불가피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강제 전환배치와 인력돌려막기, 동종업체에서도 실패한 통합부서운영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당기순이익 7332억원을 기록했으며 MBK파트너스는 이를통해 1조13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배당성향은 무려 165%에 달했다. 기업들의 일반적인 배당성향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은 사례다.

이 때문에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기업 미래를 위한 재투자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급급한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만단체인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넷은 “기업의 장기지속발전에는 관심없는 자산현금화, 구조조정을 통한 단기적인 가치상승과 재매각이라는 기업사냥꾼들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천욱 기자
ltisna7@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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