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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수요 시작에 불과"…레거시 줄이는 메모리 업계 [소부장반차장]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 이천 M16팹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팹 [ⓒ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AI 거품론이 제기되며 시장 회의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최근 AI 응용 서비스의 수익화와 함께 사업화 모델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메모리 업계는 이에 발맞춰 AI 메모리 수요를 확대하고 레거시 제품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AI 열풍이 시작된 초기에는 비즈니스 모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AI가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 그러나 최근 AI 응용 서비스의 유료화 전환과 함께 시장 상황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오픈AI는 챗GPT를 유료화하며 수익 모델을 확보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변환 및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들도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매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5년까지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시장이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며 2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맞물려 AI 서버 구축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동하거나,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GPU 및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AI 서비스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질적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주목되는 점 중 하나는 지난 CES 2025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AI 로봇 전용 GPU를 공개하며 AI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점이다. 그는 "AI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라고 언급하며, 로봇을 비롯한 첨단산업 전반에서 AI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그러면서 '엔비디아 코스모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발표했다. 코스모스는 2000만 시간 분량의 비디오 데이터로 학습된 물리적 AI 플랫폼으로, 로봇과 자율주행 차량 개발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앞으로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AI 접목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방증이다.

앞으로 AI향 메모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든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레거시 제품군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AI 메모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HBM3 및 HBM3E와 같은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HBM과 AI 메모리 수요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레거시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며 "고성능 메모리에 집중해 시장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HBM3 생산을 본격화하며 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AI 메모리 매출 비중이 아직 전체 매출의 소수에 불과한 만큼, 레거시 제품을 즉각적으로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도 HBM4와 같은 차세대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마이크론 역시 HBM2E 생산 확대와 AI 최적화 D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I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향후 다양한 산업군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는 "AI 수익화가 본격화되면서 서버와 메모리 인프라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은 향후 10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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