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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 “2030 롤모델 부족…멘토 발굴이 우리 역할”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정보기술(IT) 관련 창업이나 취업에 뛰어드는 2030 여성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위해 조언해줄 롤모델이 한국 사회에 부족하다는 것이죠. 특히 40대부터 60대 IT 여성 기업인은 찾기 힘듭니다. IT여성기업인협회가 젋은 세대를 위한 멘토링에 적극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2001년 창립된 IT여성기업인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유일한 여성 기업인 단체다. IT분야 여성기업인 경쟁력 강화와 정보통신기술(ICT) 여성 인재 육성,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이 이 단체가 내세우는 목표이자 주요 과제다.

최근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IT여성기업인협회도 소프트웨어 중심이던 회원사 기준을 넓혔다. 하드웨어부터 교육 등 지식 기반 서비스까지 IT분야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기존 400여개 정도던 회원사는 재작년과 작년 470여개로 늘었다. 올해는 500여곳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지난 20일 <디지털데일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IT여성기업인협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은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사진>을 만났다. 박현주 회장은 회장이기에 앞서 미래차 보안 전문기업 ‘시옷’을 이끄는 CEO(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IT 여성 창업인 1세대인 박 회장은 30년 넘게 IT업계에 몸담은 만큼, 산업 내 숱한 변화를 직접 지켜봐 왔다.

과거에 비해 여성 개발자나 IT 기업 임원 비율이 늘었지만, 전체로 보면 여전히 그 숫자가 작다는 게 박 회장이 바라보는 IT업계 현주소다. 박 회장이 IT여성기업인협회 존재 의의를 높게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전자신문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조사한 국내 주요 IT기업 여성 개발자·임원 비율에 따르면 여성 개발자는 30%대, 여성 임원은 10% 후반대를 기록했다. 네이버·카카오·NHN 등 인터넷 기업만 봐도 여성 임원이 각각 18%·28.6%·16%를 기록하는 등 IT 기업 전반에 걸쳐 여성 임원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과 비교해 더 IT 여성 비율이 높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파트너급 여성 임원 비율이 23%로 2018년 대비 5.1%포인트 늘었다. IBM·SAP·세일즈포스·SAS 등 주요 기업도 여성 임원 비율이 각각 29.3%·29.4%·29.5%·41%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외 어느 IT기업도 여성 개발자와 임원 비율이 50%를 넘긴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경우 여성 비율을 가늠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나 규모 파악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직접 조사하는 건 한계가 있어 추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전문 기관에 의뢰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IT여성기업인협회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보통 기업협회들이 그러하듯, 기업인들 간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한다. 산업에 필요한 정책 같은 경우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제안하거나 기업 간 협력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100만명 육성’ 계획에 관한 사업에도 힘을 쏟는다.

IT여성기업인협회는 비전공자도 몇 달 만에 IT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통해 지난해에만 1만8000여명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펼쳤다. 경력단절여성이나 대학생 외에도 취업준비생과 초중고 학생, 남성들까지 대상자 범위도 제한 없이 다양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2030 여성들의 롤모델이 될 만한 40~60대 여성 IT 기업인을 모으기 위해 회원사 규모를 확대하고 멘토링을 진행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 사업 위주로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면, 올해부터는 ▲디지털정책분과 ▲디지털융합분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과에 ▲디지털청년창업분과를 더해 2030 CEO들의 사업적 고민을 들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멘토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회장이 협회를 이끌며 가장 감동을 느꼈던 순간은 작년에 처음 ‘IT여성기업인의날’ 행사를 개최했을 때다. 이 자리는 IT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IT여성 기업인을 격려하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김영식 국회의원(국민의힘)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등 IT분야 산학연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행사 시작 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사업에서 1등한 곳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사업에서 1등한 곳을 각각 5분여간 PT를 시켰는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며 “저로서는 모험이었는데 IT스러운 콘텐츠였던 것 같다. 2회 행사는 더 잘하고 싶다”고 회고했다.

올해 IT여성기업인협회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대신, 지난해 시작한 것들을 정착시키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박 회장은 “재작년에 비하면 작년에 수주한 사업이 8배 가량 늘고, 직원 수와 사무실 규모도 많이 커졌다”며 “너무 많은 일을 벌였다 보니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IT여성기업인협회의 대내외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이미지 쇄신 노력도 이어간다. 과거보다 더 ‘IT스러운’ 이미지를 입힌다는 게 박 회장의 지향점이다. 박 회장은 “원래부터 기술 분야 전문가였던 만큼, 다양한 학회나 정부 행사에 더 자주 모습을 비추려고 한다”며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우리 협회가 개인과 IT업계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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