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잡혔다 ‘밤토끼’… 웹툰업계 “불법복제 엄중 처벌해야”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국내 웹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온 최대 불법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올해 1월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지 약 5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이에 웹툰업계는 크게 기뻐하면서도,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며 “제2, 제3의 밤토끼 근절을 위해서는 사법 당국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청장 조현배) 사이버안전과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밤토끼 사이트 운영자 A씨(43세, 프로그래머)를 구속, 종업원 B씨, C씨를 형사입건하고, 캄보디아로 달아난 D씨, E씨를 지명수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단속된 밤토끼 사이트는 월 평균 3500만명, 일 평균 116만명이 접속하는 거대 불법 사이트다. 이는 국내 모든 웹 사이트 중에서도 1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사이트에는 웹툰 1608편, 8만3347건이 무단으로 게재됐다. 웹툰업계는 이 사이트로 인한 피해액을 약 24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 수익 등으로 약 9억5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6월경엔 배너 1개 가격이 매월 200만원 수준이었으나, 사이트 규모가 크게 불어난 올해 5월엔 1000만원까지 광고비가 치솟았다.
A씨는 수익금 대부분을 유흥비 등으로 소비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의 차 안에 있던 현금 1억2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발견하고 압수했다. 이밖에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받은 암호화폐 리플 31만개(취득 당시 시가 약 4억3000만원)가 발견돼, 지급 정지 등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A씨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교체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상담을 할 때는 해외 메신저를 사용했으며, 광고료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통해 지급받았다.
밤토끼는 지난 2016년 1월경 개설됐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둔 채로 운영됐다. A씨는 자체 제작한 자동추출 프로그램으로 타 불법사이트에 업로드 된 웹툰을 긁어와 사이트에 게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웹툰과 같은 저작물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유포할 경우, 유포자 뿐만 아니라 시청하는 이용자들도 복제권을 침해한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추후 빠른 시일 내 해당 사이트를 완전 폐쇄하고 동종 유사사이트에 대해서도 적극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진코믹스, “고사 위기 웹툰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 = 같은 날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밤토끼 운영자 검거는 고사 위기 처한 웹툰 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대형 해적사이트 운영자가 잡힌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의 시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레진코믹스는 밤토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플랫폼 중 하나다. 작품 유료 결제가 주 수익원인 만큼 불법 웹툰 소비가 즉각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웹툰가이드 강태진 대표는 “규모가 있는 플랫폼들도 불법복제로 타격이 심한데, 규모가 작은 업체들 경우는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심각한 수익악화로 사업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플랫폼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4년 동안 핑거프린트 기술 등으로 불법복제 유포자를 적발해 사법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대행사를 통해 국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적극 대응해왔다. 이를 통해 외국에 서버를 둔 해적사이트 33개, 구글검색어 418만건을 삭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밤토끼의 경우,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 업체는 중앙아메리카 소국 밸리즈에, 데이터센터는 동유럽 우크라이나에 위치해 있어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레진코믹스 법무팀은 “가장 큰 도둑인 밤토끼 운영자가 잡힌 만큼, 웹툰 불법복제의 내성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수많은 해적사이트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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