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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왜 한국을 동남아와 'SEA-K'로 묶을까?

이형두


-HP SEA-K 지역 매니징 디렉터 코 콩 맹 총괄 사장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통상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국가들을 한 카테고리로 묶고, 일본이나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 지역 본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HP는 독특하게 중국, 인도, 호주 등 빅 마켓은 별도로 묶고, 한국은 ‘SEA-K(South East Asia and Korea)’로 동남아 시장과 묶는다.

한국 시장은 동남아 지역과 여러 측면에서 동질성이 떨어진다. 기후는 물론 시장의 성숙도가 다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3% 수준이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연간 5~7%로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 시장과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경우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PC 시장에서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이 버티고 있어 외산 노트북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한국의 독특한 부분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HP는 전체 PC 사업에서 삼성, LG에 이어 3위, 컨슈머(소비자) 부문에서는 레노버, 에이수스, 애플에도 밀린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SEA-K 지역 전체로 보면 PC 전체 카테고리 점유율 1위다.

이와 관련, HP SEA-K(South East Asia and Korea) 지역 매니징 디렉터 코 콩 맹 총괄 사장<사진 왼쪽>은 지난 15일(현지시각) 한국 기자들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은 견해를 반박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와 한국 시장은 공통점이 상이점보다 많다고 본다”며 “각각의 나라는 독창적인 특성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큰 나라에 해당되는 중국이나 인도 역시 대륙과 해안 지역에 따라 개발 상태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 콩 맹 총괄은 “물론 싱가포르와 한국은 많이 개발된 지역에 속하지만, 메가시티라는 개념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다”며 “(SEA-K 지역 내)150개 이상의 도시가 100만명 이상 인구를 갖고 있고,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전 가속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도시 단위로 비교한다면 시장들은 많이 닮아있다”고 보탰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PC 부문 글로벌 경쟁사인 레노버나 델은 HP와 달리 한국을 APAC 지역으로 묶는다. 아울러 스펙터 ‘폴리오’를 포함, HP가 말레이시아 ‘HP홈플래닛2018’ 행사에서 선보인 제품 대부분은 한국 출시 여부가 미정이다. 동남아와 한국 시장 접근 전략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다.

이에 대해 코 콩 맹 총괄은 “회사마다 조직과 운영 차이가 있다고 본다. 경쟁사의 전략에 대해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우리는 독창적이고 굉장히 다르다는 것으로 가름을 하겠다”고 답했다.

제품 출시 일정에 대해서는 “HP는 시장의 니즈,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경우 느리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코 콩 맹 총괄은 한국의 PC 유통 구조 특성이 다른 국가 대비 독특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지마켓 등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한 PC 유통이 활발한 나라”라며 “이는 동남아 지역에서 라자다 등을 통한 옴니채널 유통이 잘 이뤄지는 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제가 책임지고 있는 시장 중에서 가장 높은 성숙도를 보이며 비즈니스 모델 적용 부분에서 굉장히 앞서나가는 국가, 70~80% 구매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며 “이 때문에 이커머스를 활용한 시장 증대가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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