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디스플레이 인력 사냥’…국정원, 해법 찾았을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인력 사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국내 대기업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 논의를 통해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 핵심 인력이 중국 기업으로 이직했어도 기술을 빼돌린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이직 자체를 처벌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에선 푸젠진화반도체, 이노트론, YMTC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태동 중이다. 이미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BOE, CSOT, 티안마 등 기업이 ‘정부 지원’과 ‘질 낮은 제품도 흡수하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올해 4월쯤 각각 ‘산업기술보안협의회’를 발족하고 이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씩 따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 핵심기술·인력 유출 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국정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두 회의에 모두 참여한다.
반도체 분야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각각 참석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각각 보안 담당자 1~3명 정도가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질적으로 이 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선 관련자 대부분이 함구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 중인 대기업 보안 담당자들은 대체로 “국정원과 관련된 예민한 이슈여서 회의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전하고 있다.
정확한 회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유추할 단서가 전혀 없진 않다.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 기술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어 기술 유출은 적발할 수 있지만, 국내 인력의 중국 업체 이직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결부돼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현역 인력이 국내에 있으면서 지식과 노하우를 학생 등에 공유하는 사업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얘기가 조금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국 회의를 통해 중국의 인력 빼내기를 완전히 차단할 대책은 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직이 기술 유출로 이어졌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이를 차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 대기업 협력업체 핵심연구원 5명이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 5000여 건을 중국 경쟁업체로 빼돌리려다가 국정원에 적발된 사례가 공개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를 담당했던 한 임원(상무)이 올해 중국 D램 기업 이노트론으로 이직한 일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오히려 일정 기간 동종업계로 이직할 수 없도록 한 기업과 퇴직자 간 약정이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에 근본적으로 국내 기업의 미진한 보상이나 열악한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위적으로 이직을 막기보다 자발적으로 국내에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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