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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결산/가상자산②] 전 세계 휩쓴 ‘대체불가능’의 매력, NFT 열풍과 내년 전망

박현영


“지난해는 디파이, 올해는 NFT다”.

최근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올해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의 해였다.

올해 초 NFT 예술품이 고가에 팔리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NFT 열풍은 여름을 지나며 게임으로 이어졌다. NFT를 통해 돈을 버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으며, 올해 트렌드였던 메타버스와 NFT 간 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11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세계 최대 NFT 컨퍼런스 'NFT NYC'가 열렸다. 참여 인원 및 업체 수는 지난해는 물론,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불어났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각종 전광판에는 NFT 관련 광고가 줄을 이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대체불가능한’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채운 NFT 광고./사진=박현영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채운 NFT 광고./사진=박현영기자
◆플레이 투 언‧메타버스와의 결합으로 이어진 게임 NFT

NFT란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등 디지털 세상 속 재화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데 활발히 쓰인다. 이렇게 탄생한 NFT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발히 거래되며, 거래기록은 모두 블록체인게 투명하게 기록된다.

NFT 시장은 게임과 예술,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올해 들어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엑시인피니티다. 엑시인피니티에선 캐릭터인 ‘엑시’ 하나 하나가 NFT로 거래된다. 엑시를 교배해 더 높은 가격의 NFT로 판매할 수도 있으며, 엑시의 레벨을 업그레이드해 배틀 승리 확률을 높임으로써 몸값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엑시인피니티의 엑시 캐릭터./출처=엑시인피니티
엑시인피니티의 엑시 캐릭터./출처=엑시인피니티
이렇게 거래되는 NFT는 ‘플레이 투 언’ 열풍으로 이어졌다. ‘플레이 투 언’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게임 내 활동으로 NFT를 얻고, 이를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NFT는 보통 이더리움(ETH) 같은 가상자산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소에서 현금화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엑시인피니티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 투 언’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더 활발히 번졌다.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이다. 필리핀에서는 엑시인피니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엑시인피니티 교육기관은 물론, 게임 시작에 필요한 엑시를 대여해주는 ‘장학금 제도’도 크게 유행했다.

엑시인피니티처럼 큰 인기를 끈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는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등이 있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임이기도 하다.

메타버스에서 NF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메타버스 안에서 NFT가 ‘디지털 재산’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안 캐릭터도 NFT이고 이 캐릭터가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도, 캐릭터가 활동하는 부동산이나 빌딩도 모두 NFT다.

이 NFT들은 게임 내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음은 물론, 메타버스 밖 다른 거래 플랫폼에서도 사고팔 수 있다. 연동되어 있을 경우엔 A게임 속 NFT를 B게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공공거래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이 있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덕분에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아이템을 NFT화하는 게 유리해진다.

국내에도 엑시인피니티, 더 샌드박스처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활발히 개발하는 회사가 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기반으로 여러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출시한 ‘미르4’는 현재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위메이드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국내 게임사들도 일제히 뛰어들면서 국내에서도 NFT가 크게 이슈화됐다. 대형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컴투스, 펄어비스, 넷마블 등 유명 업체들이 게임 내 아이템을 NFT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예술작품부터 아이돌 굿즈까지…예술‧콘텐츠 업계 휩쓴 NFT

NFT의 또 다른 한 축은 예술 및 콘텐츠 분야다. NFT의 장점 중 하나는 거래기록을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재판매되면 원작자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많은 신진 아티스트들이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올해 초부터 NFT 시장에서 ‘비플’ 같은 대형 아티스트가 잇따라 탄생했다. 비플의 작품은 세계 최대 경매 업체인 크리스티에서도 780억원에 낙찰되는 등 고가에 팔렸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NFT 시장에 진입하는 아티스트들이 나왔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카카오톡 내 디지털자산 ‘클립’을 통한 ‘클립드롭스’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문턱을 열어줬다. 클립드롭스는 NFT 예술품을 큐레이션해 유통하는 서비스로, 그라운드X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이들의 작품 판매를 지원했다.

예술의 폭은 넓다. 그림뿐 아니라 웹소설 같은 텍스트파일, 나아가 아이돌 굿즈도 예술품에 해당한다. 때문에 아이돌 굿즈를 NFT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FT가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만큼, NFT로 판매되는 굿즈는 모두 가치가 다르고 복제가 불가능한 한정판이다. 이 한정판 NFT를 구매하는 팬에게는 아티스트와의 소통 기회 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므로 이를 영구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팬에게 재판매할 경우 블록체인 상 기록을 통해 원본 여부도 증명된다.

또한 NFT는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아이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했으므로 아티스트와 팬이 메타버스에서 NFT를 통해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잇따라 NFT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사실상 모두 NFT 사업을 선언했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도 NFT 시장에 진출했다.
메타버스를 콘셉트로 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 에스파 멤버 윈터와 메타버스 속 아바타인 '윈터ae'./출처=SM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를 콘셉트로 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 에스파 멤버 윈터와 메타버스 속 아바타인 '윈터ae'./출처=SM엔터테인먼트
◆2022년 NFT 시장은? ‘옥석 가리기’ 시작‧‘웹 3.0’과의 결합 주목

한편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NFT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NFT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만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나 토큰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반복됐다.

때문에 오는 2022년에는 NFT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NFT를 발행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게 아니라, 커뮤니티를 잘 구축해 탄탄한 수요를 만드는 NFT 프로젝트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일례로 BTS 소속사 하이브는 NFT 발행을 선언했으나, NFT의 주요 수요층이 될 팬덤이 오히려 불매운동을 펼치는 결과를 낳았다. 팬들은 NFT 발행시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을 들어 BTS가 추구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BTS가 유엔 연설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BTS IP를 기반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BTS를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즉, 하이브의 사업은 초반 커뮤니티 구축에 실패한 셈이다.

이 같은 위기를 피하려면 ‘크립토네이티브(Crypto Native)’층 중심으로 탄탄한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올해 들어 NFT 시장 규모가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주요 구매층은 본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었던 크립토네이티브층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웹 3.0’처럼 NFT와 잘 결합될 수 있는 분야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웹 3.0이란 데이터가 분산화돼 저장되고,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웹 환경을 의미한다.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개인에게 돌려주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장부에 기록하는 NFT의 특성은 ‘웹 3.0’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최근 웹 3.0이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테마로 부상한 만큼, 오는 2022년엔 웹 3.0 위의 콘텐츠로 NFT를 끌어오는 프로젝트가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추측된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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