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지난 3일 폐막한 제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된 고등학생의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를 놓고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에 칼을 든 검사가 탑승한 모습이 그려져 화제가 됐다. 특히 영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조종석에 탑승해 있고, 시민들은 열차를 보자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보수 네티즌들이 작품을 두고 “현 정권에 대한 왜곡과 선동의 여지가 있다”며 발끈하자, 이에 호응하듯 정부가 곧바로 ‘엄중 경고’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문체부는 이어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후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의 9조 1항에 따르면, 후원명칭을 사용하는 행사를 진행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소관부서는 승인을 취소하고 3년 동안 후원명칭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체부의 이번 입장 발표를 두고 ‘사족’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고교생이 그린 포스터 한장을 놓고 마치 이적표현물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인 양 지나치게 심각하게 반응한다는 견해다. 또 평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온 윤대통령의 발언과도 동떨어진 처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민의 힘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이뤄진 ‘멸공 챌린지’에 대해 윤대통령은 “각자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멸공 챌린지’란 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매한 것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당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을 비꼰 것을 말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멸콩 패러디로 도마에 오르기도했다.
한편, 해당 작품이 영국의 일간지 ‘더 선’에 실린 만평 ‘영국 총리 열차’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표절의혹도 불거졌다.
이는 2019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한 것을 비판하고자 그려진 그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얼굴을 한 기차에 석탄을 넣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로는 얼굴이 그려진 열차와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모습, 정치 풍자라는 점이 모두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을 들었다.
“표절이 아닌 패러디”라고 보는 의견도 대립하고 있다. 원작은 유명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이고, 정치인이나 정당의 폭주를 기차에 빗대는 표현은 상투적이라는 설명이다.
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절로 확정될 경우, 당선된 이후라도 무효 처리 및 시상금이 회수될 수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중단을 언급했으니 만화영상진흥원으로서는 난감할 것”이라며 “정치적 개입으로 작화자인 학생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