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韓 의료진, 알츠하이머 악화 전조 증상 발견…표적 치료제 개발 '단초'

신제인
뇌 MRI 이미지.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 정도가 심할 경우 인지기능이 빠르게 악화되는데, 특히 난형중심 부위의 뇌혈관주위 공간확장 정도가 심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매년 인지 점수가 0.58점씩 빠르게 감소한다.
뇌 MRI 이미지.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 정도가 심할 경우 인지기능이 빠르게 악화되는데, 특히 난형중심 부위의 뇌혈관주위 공간확장 정도가 심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매년 인지 점수가 0.58점씩 빠르게 감소한다.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MRI 상에서 알츠하이머를 악화시키는 전조증상을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정승호 교수 ▲연세대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석종 교수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에서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의 정도가 심할 경우 인지기능이 빠르게 악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 연구를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상위 SCI급 저널인 ‘Neurology(IF 12.258)’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1일 밝혔다.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perivascular space dilation)’은 뇌 MRI를 찍을 때 흔히 발견되는 소견이다. 해당 소견이 발견됐다는 것은 뇌의 노폐물과 독소를 청소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아밀로이드 PET 영상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침착이 확인된 208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 시 시행한 3T(Tesla·테슬라, 자장 세기) MRI 뇌 영상 가운데 기저핵(basal ganglia), 난형중심(centrum semiovale), 해마(hippocampus) 등 세 부위에 대해 분석해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의 정도를 확인했다.

또한 간이 정신상태 평가(Mini-Mental State Exam)를 1년 이상의 간격으로 2회 이상 시행한 158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각 부위의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인지 점수 저하 속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세 부위에서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과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난형중심 부위의 뇌혈관주위 공간확장 정도가 심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매년 인지 점수가 0.58점씩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존 연구를 통해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된 환자에게서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인지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결국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와 관련, 정승호 교수는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와의 연관성은 기존 연구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된 환자에서 종단분석을 통해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인지 저하와 연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석종 교수는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은 뇌 MRI를 찍으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소견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진료 시 비교적 간단하게 인지와 관련된 예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은 뇌의 노폐물과 독소를 청소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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