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 문제 지속되는데...中 이커머스, 국내 판도 바꿀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중국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와 쿠팡이 양강구도를 만들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가 또 한 번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단 공산품 위주 해외직구 플랫폼이라는 점과 가품 문제 처리 소홀함에 있어선 중국 플랫폼들이 ‘대세’를 따라잡기에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는 추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국내 시장에 1000억원 규모로 마케팅과 물류서비스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 국내 물류센터를 설치해 본격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전용 고객센터 마련과 기존 최대 2주까지 걸렸던 해외 직구 상품 배송을 5일 이내로 단축시킨 건 대대적 변화다. 테무를 운영하는 판둬둬는 시가총액이 알리바바를 넘어서며 중국 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한편, 국내서도 젊은층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저렴한 상품에 모인 중국 플랫폼이 더 주목받게 됐다.
국내 이커머스는 쿠팡과 네이버가 점차 다른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며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당장에 소비자를 뺏기는 상황까진 아니지만, 급성장하는 중국 플랫폼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쿠팡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도 중국 플랫폼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이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따른 경쟁격화에 쿠팡 의견을 물은 것.
이에 대해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쿠팡은 수익과 고객 수 모두 계속해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가격을 낮추며 고객 서비스 경험 기준을 높일 것”이라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쿠팡이 그간 ‘최고의 경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만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최근 눈에 띄게 급성장한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굳건하게 자리잡은 대형 이커머스들을 단번에 위협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 1월 227만에서 지난 10월 431만명이 됐고, 테무는 7월까지 1만 이하였으나 10월 기준 183만으로 늘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들 MAU가 높아지고 있는 건 맞지만 이는 이전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다가 최근 부쩍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 유입을 시작한 영향으로 보인다”며 “마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오픈효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버티컬 혹은 대형 종합몰로 양극화되는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중국 플랫폼이 기존 업체들을 뒤흔들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중심으로 공산품 카테고리에서 일정부분 비중을 가져갈 순 있겠지만 패션·식품·뷰티까지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패션·뷰티 시장에선 국내에서 가품 사고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선 가품 이슈는 더 심각하다. 이에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해 가품판매 실태를 비판했다. 국내에서 30만원 가량 패딩이 알리에서 1~3만원대에 판매되고 있고, 국회의원 배지 모조품도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레이 장 대표는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 이의제기는 0.015%”라면서도 “기술적, 인적, 재무적 자원을 충분히 투입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산 만큼, 가품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구매했거나 번거로워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중국 플랫폼들이 해외직구 기반인데다 배송기간도 국내업체들 대비 긴 편이라서 기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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