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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구글의 시대? 생성형 AI서 실수 연발

이종현 기자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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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구글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이 최선두를 달렸던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구글을 이끌어 온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위기론의 중심에는 생성형 AI가 있다. 구글은 수년 전만 하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AI 기업이었다. 일반 대중에게 AI의 가능성을 알린 사례로 평가받는 ‘이세돌-알파고 대결’의 주인공이던 딥마인드도 구글의 자회사였다.

구글은 AI 기술 발전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구글이 AI를 위해 공개한 기술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나 트랜스포머(Transformer)는 AI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앞당기게 만들었다. 특히 데이터 내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트랜스포머 모델의 경우 ‘챗GPT를 있게끔 한 할아버지 같은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행보가 꼬였다. 챗GPT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바드(Bard)’는 2023년 2월 시연회에서 환각(Hallucination) 현상으로 오답을 내놓아 구글의 체면을 구기게 만들었다. 구글의 내부에서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공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월 바드를 리브랜딩한 ‘제미나이(Gemini)’에서도 실수가 반복됐다. 제미나이에 추가된 이미지 생성 AI가 아인슈타인을 흑인으로 생성한다든지, 독일 나치군을 아시아인으로 묘사하는 등의 오류가 이어졌다.

거세지는 비판에 순다르 피차이 CEO는 구글 내부 직원들에게 “제미나이에서 문제가 있는 텍스트 및 이미지 중 일부가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고 편견을 나타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고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구글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막은 상태다.

이와 같은 구글의 최근 행보와 관련 “구글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 “구글답지 못하다”는 등 내부에서의 비판도 커지는 중이다. 비즈니스사인더 등 외신은 순다르 피차이 CEO가 곧 사임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마냥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동맹에 맞설 만한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애플,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여타 빅테크 기업에 비해서는 구글이 한발 앞섰다.

그럼에도 유독 구글의 위기론이 커지는 데는 사업의 구조 때문이다. 구글은 매출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검색 엔진 시장을 지배한 덕분인데, 생성형 AI로 인해 검색 엔진의 이용도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 이후 구글이 ‘적색 경보(코드 레드)’를 발령한 배경이다.

오픈AI가 생성형 AI 서비스 '소라'로 제작한 영상 샘플 ⓒ오픈AI
오픈AI가 생성형 AI 서비스 '소라'로 제작한 영상 샘플 ⓒ오픈AI

김대식 한국정보기술원(KAIST) 교수는 지난 7일 마드라스체크의 AI 행사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인터넷의 등장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6년 아마존, 1998년 구글이 창립 이후 오늘날 빅테크 기업이 된 것처럼 현 시점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AI 스타트업이 훗날 빅테크 기업이 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을 두고 2000년대 초 야후를 보는 듯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검색의 필요성의 10분의 1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구글의 매출이 10분의 1로 줄 수 있다”며 구글의 위기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AI를 위한 원천 기술에서 앞서나갔던 구글이 이를 응용하는 서비스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픈AI는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뤄냈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생성해 주는 ‘소라(Sora)’를 발표했는데, 업계에서는 구글이 언어뿐만 아니라 영상까지도 정복했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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