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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카오페이손보 “클라우드 도입, 기술보단 ‘일하는 방식’ 변화로 이어져야”

권하영 기자

김희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성남 분당구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클라우드는 기술 도입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됩니다. 클라우드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희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성남 분당구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업계 최초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클라우드 네이티브 도입에 성공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IT 전환에 보수적인 금융권은 자체 서버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환경과 모놀리식(Monolithic)이라고 하는 거대 단일 아키텍처 구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인프라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작은 수정 하나도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인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쉽지 않다.

2022년 10월 첫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비금융사가 설립한 최초 디지털손해보험사로서 서비스 구축 단계부터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특히 ‘AWS 올인(All-In)’ 전략을 통해 금융사 핵심 시스템인 원장 데이터베이스(DB)까지 모두 AWS 인프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를 구축한 최초 사례였다.

김희준 CTO는 “우리는 다른 보험사보다 업력과 리소스가 적었기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고객에게 빠르게 서비스를 배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만약 기존 방식대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면 아직도 구축하는 과정 중에 있었을 테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클라우드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단순히 기존 시스템 그대로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는 리프트앤시프트(Lift&Shift) 방식이 아닌, 전면적인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을 수립했다. 코드형인프라(IaC)로 사람이 만드는 실수(Human fault)를 최소화했고, 도메인에 맞게 애플리케이션을 분산하는 MSA로 전체 중단 없이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해졌다.

일례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즉시 지급’ 서비스는 고객이 영수증을 촬영해 업로드하면 1분 내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서비스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이 아니었다면 빠르게 선보일 수 없었을 서비스다. 기존 인프라였다면 검증(PoC)에만 최대 6개월이 걸렸겠지만,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PoC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약 3개월만에 해냈다.

김 CTO는 “이런 즉시 지급 서비스를 위해서는 고객이 올린 파일을 마스킹 처리하고 이미지를 분석하는 등 일련의 파이프라인을 전부 다 구축해야 하는데, 사실 그 자체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하나가 나올 정도”라며 “그렇지만 우리는 AWS와 함께 몇 명의 엔지니어들만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과 운영을 함께하는 데브옵스(DevOps)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김 CTO는 “지금의 데브옵스는 단순히 데브옵스팀을 만드는 걸로 변질돼 있는데, 핵심은 ‘문화(Culture)’”라며 “클라우드 도입은 기술을 도입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최고기술책임자(CTO) [Ⓒ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AWS를 클라우드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김 CTO는 “비용만 생각했다면 다른 회사들을 택했을 수도 있지만, 클라우드는 비용 관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단순 클라우드 도입에 그치지 않고 함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는 회사가 필요했고 그게 AWS였다”고 말했다.

김 CTO는 “AWS는 파트너사를 넘어 우리를 같은 팀으로 인식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데브옵스팀과 AWS가 정말 한 팀이 돼서 일했다”며 “굉장히 적은 리소스로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하고, 그걸 아키텍처에 녹여내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만드는 데 있어 AWS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가지는 기술적 차별점도 결국 이러한 ‘일하는 방식’에 있다고 김 CTO는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건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업계 최초로 도입해서 쓰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우리가 클라우드에 가장 잘 맞는 개발 문화와 기업 문화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CTO는 “클라우드를 도입한 많은 회사들이 관리서비스제공사(MSP)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며 “여타 MSP 도움 없이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더 빠른 의사결정과 서비스 출시를 할 수 있고, 그게 비즈니스 성공률을 높이는 선순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 CTO는 “클라우드라는 기술 도입에 국한하지 않고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환경과 그것으로 인해 가능하게 되는 좋은 문화를 많이 차용했으면 좋겠다”며 “우리 같은 시도를 하는 금융사들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좋은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우리나라 보험 산업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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