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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밸류業금융⑩] 이제야 똑똑한 ‘AI 은행원’  가능성 보인다… ‘망분리 10년’  규제 개선의 의미

박기록 기자

ⓒ신한은행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단절시킴으로써 해킹 등 외부 침입으로부터 금융망의 안정을 꾀했던 '금융 망분리' 제도가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10년전, ‘농협 전산대란’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권에 도입된 ‘물리적 금융 망분리’ 제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정적인 면이 극명하게 교차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낳았다.

그러나 비대면 금융이 강화되고, 디지털전환(DX) 시대, 나아가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안전하지만 지극히 불편한 옷이 되고 말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초 폭발한 코로나19 사태때는 망분리 규제 때문에 금융권의 원격 근무가 불가능하게되는 상황도 있었다.

금융 당국은 13일, 지난 2개월간 TF를 구성해 논의해왔던 ‘금융 망분리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재 금융혁선서비스와 같은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단 시급한 부분부터 망분리 규제를 완화시키겠다는 것이 전략의 골자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생성형 AI'에 대한 활용이 기존보다 훨씬 더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생성형AI를 폭넓게 활용하려해도 외부 인터넷망과 금융망의 연결 문제 때문에 제대로된 활용이 힘들다는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이날 개선안 발표에서 ‘금융회사 등의 생성형 AI 활용을 돕기위한 클라우드(SaaS) 이용 범위 대폭 확대해 연구·개발 환경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특히 소프트웨어 시장이 자체 구축형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형(SaaS)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생성형 AI의 활용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망분리는 업무상 불편을 넘어 금융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금융보안 법·체계 전면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 당국은 2단계 샌드박스에서는 개인신용정보까지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한 1단계 샌드박스의 운영 성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될 경우, 빠르면 내년에는 2단계 샌드박스를 추진해 금융회사가 가명정보가 아닌 개인신용정보까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의 고도화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으로의 규제 선진화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생성형AI를 활용하도록 금융 당국이 망분리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지만 그에 따른 보안문제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금융회사들이 져야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생성형AI 폭넓게 활용… 똑똑한 ‘AI 은행원’(Banker) 개발, 탄력 기대

AI은행원 서비스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시중 은행들이 다양한 형태로 현재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넓게보면 성능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실제 은행원처럼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할 기술적 과제, 규제의 허들이 적지않게 존재한다. 지금 그 과제를 하나 둘씩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디지털데일리>가 창간 19주년을 맞이해 국내 주요 금융사 2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국내 은행권과 보험, 증권업계 모두 ‘금융 AI’ 고도화의 걸림돌은 크게 ▲‘설명할 수 있는 AI의 윤리’의 확립 ▲‘금융 망분리 규제의 해소’ 두 가지였다.

챗봇 등 다양한 형태로 연중 무휴(24/365)로 친절하게 고객 응대를 하는 ‘AI 은행원’을 구현하기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가 선결돼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생성형AI 활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AI 은행원’이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금융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똑똑한 은행원이 되기위해서는 기존의 AI기술을 뛰어넘는 ‘AI의 고도화’로의 업그레이드는 불가한 상황이다.

이같은 ‘AI의 고도화’를 위해선 IT비용을 줄이면서 컴퓨팅 파워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클라우드(Cloud)’ 인프라의 원활한 활용이 필수적이다.

결국 ‘금융 망분리 규제 개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그동안 은행권 및 2금융권의 망분리 개선 등을 논의하기위한 ‘금융 AI 협의회’의 활동에 큰 걸어왔다.

당시 AI혁신 과제에 대한 질의에 대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한결같이 망분리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금융권도 다르지 않다. 국내 최대 손보사인 삼성화재는 “망분리 규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정책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망분리 규제가 클라우드 기반 AI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현실적 제약 요인이라고 답했다.

NH농협생명은 “망분리 규제 완화가 가장 좋은 해법이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후선지원업무 중심으로 AI를 적용해 디지털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손보는 “AI사업을 진행하기위해 제3자 제공 서비스 및 클라우드 SaaS서비스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오픈AI사의 GPT를 사용하기위해선 인터넷연결이 필수지만 망분리 규제로 내부시스템에 대한 인터넷망 연결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개선돼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화손보는 “AI개발 생산성을 위해선 인터넷 검색외에 외부 오픈소스를 활용해 선행개발 및 기술점증해야하는데 이것도 망분리 규제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권사들도 보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업무에 AI를 도입하기위해선 고성능 인프와 파운데이션 모델 구성을 각 금융사가 직접 내부망에 해야만하는데, 이런 방식으론 비용문제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대한 유지보수가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KB증권은 “망분리 규제로 인해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도입을 통한 금융혁신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으며, 규제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통해 제한적인 환경에서라도 혁신적인 신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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