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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1.8GHz 9950억원 낙찰…KT와 SKT가 얻은 것은?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과 KT의 1.8GHz 주파수 ‘치킨게임’이 KT의 입찰포기로 종료됐다.

하지만 주파수 가격이 가치가 최저경쟁가격의 2배 이상인 9950억원으로 뛰면서 주파수를 확보하게 된 SK텔레콤이나 울며 겨자먹기로 800MHz를 확보한 KT 모두 상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양사의 브레이크 없는 경쟁이 KT 이석채 회장의 포기 선언으로 SK텔레콤은 1.8GHz 대역 주파수 확보 및 KT의 광대역 주파수 확보를 저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KT는 일단 과도한 주파수 대금 지불 부담을 피함과 동시에 과열경쟁을 차단함으로써 향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쉼 없는 83라운드…승자는 없었다=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 확보와 관련해 "당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1.8GHz 주파수의 경매 시초가격은 4455억원 이었다. KT와 SKT의 경쟁은 가격을 2배 이상인 99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결국 이번 주파수 경매의 진정한 승자는 유효경쟁정책의 혜택을 입은 LG유플러스였다.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배려로 2.1GHz 대역에 단독 입찰, 최저경쟁가격인 4455억원에 이번 경매에서 최대 황금주파수를 출혈 없이 확보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일단 1.8GHz 주파수를 확보하며 동일대역에서 KT가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을 저지했다. 1차적인 성과다. 또한 2G, 3G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LTE 전용 주파수가 적다는 문제점도 이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저경쟁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주파수를 확보하게 된 부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KT는 비록 1.8GHz를 확보할 수 없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가격이 더 치솟을 경우 투자대비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적정 수준에서 발을 뺀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이석채 회장의 결단으로 향후 2G 종료 및 향후 주파수 경매에서 다소간의 정책적 배려를 기대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석채 회장은 이번 주파수 경매 과열에 대해 "정부 책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지난 주말 많은 생각을 했다"며 "KT가 1.8GHz를 확보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면서까지 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기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를 했다는 발언인 셈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경매가격에 방통위 역시 만만치 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석채 회장의 결단은 '승자의 저주' 비난을 받고 있던 방통위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1.8GHz 대역에서 광대역 고속도로를 구축할 수는 없게 됐지만 2G 종료 등 앞으로 방통위와 관련된 현안에서 나름의 배려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열경쟁 불가피한 경매방식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이번 경매는 동시오름입찰방식으로 진행됐다. 1.8GHz 사례에서 보듯 SKT, KT 두 사업자 중 한 곳이 포기하지 않는한 무한 라운드를 거치며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다.

이번 경매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한번에 가격을 써내는 밀봉입찰방식 역시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동시오름입찰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번 주파수 경매의 경우 사업자가 관심이 있던 대역은 1.8GHz 하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파수 경매에서는 다양한 주파수 확보 등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방통위는 앞으로도 주파수경매에 경쟁정책 등 유효경쟁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문제점은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제한된 상품을 갖고 경쟁하다보니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경매를)점검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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