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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게임물등급위

이대호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가 막다른 길에 몰렸다. 내년 예산이 없어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대통령선거 때문에 연내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전병헌 의원이 게임위 폐지 법안까지 발의해 게임위의 숨통을 죄는 형국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는 지금의 게임위를 게임물위원회로 명칭을 바꿔 존속을 모색하고 있다. 국고지원 시한을 없애는 한편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 위탁 이후에도 아케이드 게임물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은 그대로 게임물위원회가 담당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럴 경우 게임위가 지난 29일 내세운 조직 혁신 방안이 효과를 발휘할지가 의문이다.

애석하게도 게임위가 내놓은 혁신 방안엔 눈에 띄는 대책은 없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전체 이용가 아케이드게임물의 개·변조 비율이 8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다. 게임위도 심의 과정에서 개·변조 우려가 있는 아케이드게임물을 걸러내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성인용 게임까지 민간 심의로 넘기고 대신 문화부에 게임물 관리센터를 신설해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법경찰권의 부여인데 게임위가 원하는 혁신이 게임위 폐지를 주장하는 전 의원의 법안에 담긴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게임물 사후관리는 게임위가 외부 메스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 상황에서의 내부 혁신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아케이드게임은 물론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이벤트가 열리는 온라인게임의 사후관리도 쉽지 않다.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강조된 사후관리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게임물 등급분류는 문화부나 전 의원이 내세운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게임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변화에 앞서 게임물 민간 심의 시스템 마련과 또 이것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만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게임위가 해체되더라도 법 시행 전 유예기간에는 게임위 시스템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앞서 연내 국고지원은 꼭 해결이 돼야 할 부분이다. 게임위를 대신해 새로운 기관이나 조직이 출범하더라도 수년간 등급분류 노하우를 습득한 게임위의 전문 인력을 흡수해 활용할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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