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분석] 기가레인 "임프린터 사업 강화"…기대 모았던 TSV 부문은 침묵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체 기가레인(대표 김정곤 장일준)이 올해 임프린터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15년과 2016년 연속 적자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주가도 그동안 들쑥날쑥했다. 이 때문에 회사 안팎에선 지속가능한 흑자구조를 확보해 안정적인 사업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회사는 작년 기존 사업에 몰입해 적자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적 성장폭을 늘리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이 회사가 집중적으로 키우려는 임프린트 사업성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회사는 LED용 6인치 임프린터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1월29일, 기가레인은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이날 기가레인의 김현제 실장은 “상장한 지 6년째다. 지난 2015과 2016년은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적자도 났으며, 주가 측면에서 투자자들에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며 “다만 2017년은 임직원이 일치단결해 안정적으로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가레인은 IR을 진행하기 전,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작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25억원, 22억원, 43억원이다.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042억원, 64억원, 15억원이다. 앞선 2016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754억원, -91억원, -103억원이었다.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은 회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또한 2015년, 2016년 마이너스이던 영업이익율을 작년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는 인력 구조조정 등 사업 효율성을 갉아먹던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기존 잘하던 분야에 집중한 작년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가레인의 사업은 크게 반도체 식각장비(AWE) 사업, 반도체 장비 트레이딩(Trading) 사업, RF커넥티비티의 3가지 사업으로 나뉜다.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SMC, 시스코, 인피니온(Infineon),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 동부하이텍, 루비콘테크놀로지, 몰렉스(Molex), 에피스타(Epistar) 등이다.
이날 회사는 올해 반도체 트레이딩 사업으로 외형 성장을 이루고, 반도체 식각장비 분야 LED 사업 및 RF커넥티비티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반도체 식각장비 사업에서는 LED시장 내 임프린터 사업을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RF커넥티비티 부문에선 시장 내 ‘5G로의 전환’이 자사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R 다음날인 지난 30일,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1.94% 오른 341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발표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크게 오르지 못했다.
향후 주가가 부진을 떨치고 반등세를 타려면, 올해 회사가 추진 중인 임프린터 사업 등 신규사업에서의 성과가 실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번 IR을 통해 임프린터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투자자들에 분명히 전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작년 10월 IR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던 TSV(실리콘관통전극) 사업에 대해선 진전된 내용이 없었는지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투자자 사이에선 회사가 새 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진행상황을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분기마다 사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이기 어렵다.
급기야 이날 한 투자자는 설명회가 끝난 뒤, 회사에 TSV 기술 투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집요하게 묻기도 했다. 작년 10월 회사는 IR을 통해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3D TSV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자사가 투자해온 TSV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진행이 계속 되고 있으나, 오늘 말씀드리지 않은 이유는 좀 더 공개할만한 알맹이를 가지고 밝히려는 의도”라며 “수면 아래에서 준비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 우리의 장기 계획엔 다 들어가 있다. 차질이 생기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김 실장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임프린터(사업)이 확실하다고 보고, TSV는 퀀텀 점프를 위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작년 실적, “사상 첫 1000억원 매출 달성” = 회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율은 지난 2015년, 2016년 각각 -31%, -12%로 적자였으나, 2017년 6%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연결기준 매출은 2015년 616억원, 2016년 754억원에서 2017년 104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김 실장은 작년 흑자전환 성공이 “회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핵심 사업에 쏟아 부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7년 사업부문별 매출은 대략적으로 반도체 식각장비 부문 550억원, RF커넥티비티 부문 280억원, 반도체 트레이딩 부문 170억원이다.
김 실장은 “작년 손실이 90억원 정도 됐었는데, 적자사업을 과감히 분할하고 순차적으로 매각함으로써, 이익 보전 효과를 거뒀다”며 “또한 작년 8월 위솔루션이라는 반도체 트레이딩 회사를 인수해 그 회사의 성과가 저희 실적으로 편입됐고, 적자이던 RF 사업이 흑자로 전환되면서 사업부 수익성 개선의 순수효과를 60억원 이상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2017년도 영업이익은 64억원이다.
아울러 작년 회사는 최대주주가 교체되는 등 리더쉽 변환기를 맞았다. 작년 5월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김정곤 대표가 주식회사 케플러밸류파트너스(대표 명수연)에 지분을 양도함으로써 최대주주가 케플러밸류파트너스(지분율 35.63%)로 변경됐다. 케플러밸류파트너스는 반도체 엔지니어링 및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며,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주식회사 브루킹스하이츠밀(지분율 51%)이다.
기존 350명이던 직원 수도 190명 규모로 줄였다. 김 실장은 “주력사업인 오리지널 장비 사업부가 LED 에처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강화했으며, 손해를 보던 RF 사업이 세일즈 믹스로 개선되면서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RF 사업은 모바일 디바이스 부품 분야 적자가 심해서, 이 쪽에 들어갈 자원을 수익성이 높은 네트워크 인프라 스트럭쳐 사업에 집중투자해 매출 향상을 일으키면서 전반적인 세일즈 믹스 개선을 통해 이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LED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LED업체들의 6인치 공정 중심의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향후 2, 3년간 LED 장비 시장의 호황이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김 실장은 “LED 세계시장이 4인치에서 6인치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점유율을 지키기 보다는 현명하게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 하에 올해는 수익성 쪽에 방점을 두고 작전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식각장비 사업, “임프린터 신사업에 큰 기대” = 회사는 반도체 식각장비 분야 내 PSS(Patterned Sapphire Substrate) 공정에 쓰이는 LED 에처(Etcher) 시장에서 자사 점유율이 세계 1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 실장은 “LED 식각장비 시장에서 2012년부터 전 세계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65%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는 새로운 동력사업인 임프린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LED 칩 제조공정상에는 설계도를 웨이퍼에 그리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때 포토리소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공정을 임프린터로 대체하면 장비 대수 및 운영 인력 면에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동반하게 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미 지난 24일 회사는 LED용 6인치 임프린터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임프린터 장비 도입 시, 운영인력 80%, 웨이퍼당 생산단가 39%, 장비 대수 80%, 클린룸 면적 72%를 각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과 중국의 메이저 업체와 팹인(Fab-in) 양산 평가를 진행해 첫 매출을 실현하고, 2019년 복수의 고객사를 발굴해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2020년엔 산업 내 6인치 공정의 본격 투자 흐름에 따라, 매출 확대폭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4인치 시장에선 (임프린터 도입으로 인한) 웨이퍼당 생산단가(효과)가 높은 수준이 아니나, 6인치로 넘어오면서는 40%에 가까운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오게 한다”며 “지금 현재 6인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주요 LED칩 업체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 결과 실효성이 입증되면 본격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미 평가를 다 마친 상태이기에, 자신감을 갖고 올해부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와 함께 양산 평가를 진행 중인 업체에 대해선 “한국 업체는 전 세계 LED 시장을 기술적으로 리드하는 업체고, 중국 업체는 전 세계 LED 시장에서 수량 기준 1위인 업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 이 두 회사와의 양산 평가 스케줄을 잡고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에 첫 임프린터 사업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실장은 “2020년 정도에는 적어도 LED시장에서 임프린터 매출이 애처 매출을 넘어설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장비 트레이딩 사업, "올해와 내년 이 분야 1위 달성 목표" = 회사는 반도체 장비 트레이딩 분야에서 자사가 국내 점유율 2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 부문은 중고장비를 매입해서 이윤을 붙여서 판매를 하는 전형적인 트레이딩 사업”이라며 “상장사인 서플러스글로벌(대표 김정웅)이라는 회사를 이용해 시장에서는 2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중고장비를 사서 판매하는 ‘바이 앤 셀(Buy and Sell)’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아니고, 턴키(Turn Key-일괄수주)라고 하는 조금은 독특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자사의 턴키 사업모델에 대해 “낱개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컨설팅 형식으로 대규모로 장비를 납품하는 형식”이라며 “운전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모델에 비해 덜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이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을 캐피탈 및 리스사와 기타 브로커 형 기업들로 나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기타 브로커 기업 중,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물량을 바로 잡아서 트레이딩 시장에 내놓는 것이고, 인텔 글로벌 역시 인텔에서 중고장치가 나오는 것을 바로 시장에 내놓는다”며 “어떻게 보면 일차적인 총판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다. 근데 이 기업들은 이 사업이 본업이 아니기에, 일차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시장 중개자 역할로 끝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실장은 “중고장비 시장은 그동안 캐피탈, 리스사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그런데 점차 반도체 디바이스가 고도화되면서 반도체 장비 역시 그에 따라 고도화돼야 하는데 캐피탈 리스사는 엔지니어 관점에서 그런 부분을 판단해서 선별(Pick and choose)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보니, 시장에서의 지위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장비 전문성 부족으로 캐피탈, 리스사의 반도체 장비 트레이딩 시장 내 지위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신 회사는 자사와 같은 전문 반도체 장비 트레이더의 시장 지위가 점차 높아질 것이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기가레인이나 상장사 서플러스글로벌 같은 회사들이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입지가 저절로 강화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장비 트레이딩 시장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유하던 중고장비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회사는 이 역시 자사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은 “중국 등지에서 굉장히 큰 턴키 프로젝트가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은 반도체 트레이딩 분야에서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턴키 사업만 가지고도 매출의 앞자리 수를 바꿀 수 있는 실적을 향후 한 2, 3년 내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 RF커넥티비티, “5G 시대에 맞춰 대비” = RF커넥티비티 사업은 무선통신 분야 내 모바일 텔레커뮤니케이션, 레이더 등 다양한 무선 기기에 들어가는 커넥터와 케이블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업이다. 5G 통신의 핵심 주파수인 6GHz 이상 고주파 대역의 저손실 RF커넥터 및 케이블을 제조한다.
회사는 자사를 ‘국내 1위 모바일 RF커넥티비티 공급사’로 소개하고 있다. 김 실장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선 1위 지위”라며 “휴대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 중계기나 기지국과 같은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쳐, 국방 통신 레이더, 국방 항공용 특수 부품 시장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야는 2, 3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용(모바일) 판매 부품 비중이 80%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만 해도 네크워크 인프라 및 국방 분야 부품 매출이 모바일 분야를 넘어섰다. 회사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국방 분야를 더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인프라, 국방, 모바일 분야 생산을 올해 각각 50%, 25%, 25%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모바일 사업 부분 마진율이 다른 두 분야보다 낮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해 모바일, 국방, 네트워크 인프라의 목표 마진율을 각각 ‘5%이상’, ‘10%’, ‘10% 이상’으로 잡았다. 기본적으로 마진이 높은 분야인 네트워크 인프라 쪽에 사업을 집중함으로써, 외형 성장과 고수익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네트워크 인프라 부문에서 5G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4.5G에 집중하는 시기다. 4.5G는 2020년 5G로 넘어가기까지 5G에서 사용되는 주요한 기술들 일부를 4G망에 접목시킨 형태의 통신체계다.
김 실장은 “현재 국내 최대 통신장비 업체의 4.5G 네트워크 인프라용 장비의 RF커넥티비티 부품을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그 이후에는 인프라가 시범운영되면서 5G투자가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글로벌 통신 장비 업체와 5G-RF용 커넥티티브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는 5G 시대에 맞춰 표준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김 실장은 “기술이 생기면 ‘표준’이라는 게 생긴다. 이 표준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남이 만든 기술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원가적 측면에서도 뒤떨어지고, 라이센스도 지불해야한다”며 “라이센스를 공동개발함으로써 표준을 만드는 데 참여할 것이다. 표준군에 속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기에 표준 시장에 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회사는 한 인도 통신사업자의 4.5G 통신장비에 RF커넥티비티 부품을 단독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인도와 미국, 일본 등 여러나라의 4.5~5G 통신장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올해 일본과 미국의 유명한 통신사 향으로 물건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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