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8결산/반도체] 연말에 기운 호황, 초격차·中인력유출 등 ‘다사다난’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올해 반도체 업계는 기술 초격차, 사업 다각화, 인력 유출 대비 등 여러 과업으로 바쁘게 흘러왔다. 미·중 무역전쟁 관련 대외 변수가 지속해서 업황에 부담으로 작용한 해이기도 하다.

우선 캐파(CAPA) 확장을 위한 설비투자(CAPEX) 증대와, ‘초격차’로 대변되는 미세공정화로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 가운데 지나친 메모리 의존도가 미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업 다각화도 더 본격화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는 여전히 고심거리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하는 국내 인력 관련 대책 마련이 업계 과제로 남았다. 미세공정 투자가 꾸준히 진행돼도 핵심 인력을 계속 내준다면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경계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 실적은 계속된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3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다만 4분기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고 D램 가격 하락, 인텔 CPU 공급 부족, 아이폰 부진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메모리 호황이 꺾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그간 버팀목이었던 서버 D램은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더 심각해 4분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A(인수합병)도 주요 이슈였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성공했다. 반면, 브로드컴은 퀄컴을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 외에도 올해 주요 반도체 업체의 M&A 추진설이 업계에서 회자됐다. 지난 10월 일본 기업에 인수된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는 애초 삼성전자가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받았던 기업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기관투자자들에 자사주 매입이 M&A를 위한 포석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임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D램 전문가를 앞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3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가장 선임인 김기남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반도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기남 대표를 앞세워 당면한 비수기 극복, 중국 견제 등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D램 전문가인 이석희 사업총괄사장(COO)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6년간 CEO를 맡은 박성욱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 연말에 기운 호황…투자 불확실성 높아져 =
올해 업황 우려가 계속됐지만 투자는 꾸준히 이어졌다. 기술 경쟁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장기적 투자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증설과 R&D(연구개발) 투자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후방 산업 종사자들은 내년 하반기 즈음 메모리 업황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규 수요처 등을 기반으로 한 메모리 부흥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전체 설비투자 규모 31조8000억원 중 24조9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대략 18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15조원이 투입되는 경기 이천 M16 공사도 시작했다. 또 정부와 함께 경기도 용인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격차도 계속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업계 최초로 2세대 10나노급(1y) 공정을 적용한 16Gb LPDDR4X 모바일 D램 양산에 돌입했다. 작년 11월 2세대 10나노급 ‘8Gb DDR4 서버 D램’ 양산을 시작한지 8개월 만이다. 256GB DIMM 양산, LPDDR5, GDDR6, HBM2 등 차세대 프리미엄 라인업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규격을 적용한 2세대 10나노급 16Gb DDR5 D램을 개발했다. 앞서 ‘4D 낸드’라고 명명한 ‘PUC(Peri Under Cell) 도입 96단 3D 낸드’ 양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메모리 편중 심화…‘사업 다각화’ 화두로 부상 = 올해 반도체 의존도는 점점 높아졌다. 1~11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은 21.1%로 작년 17.1%보다 크게 올랐다.

문제는 고점 논란이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D램 점유율은 70%가 넘고 낸드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그러나 전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6% 정도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중은 70% 이상인데 우리나라 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의존은 더 심해지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84%)이 작년(81%)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메모리 편중을 벗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이에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서서히 실현해나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팹리스·디자인하우스·파운드리’ 융합 사업을 위해 반도체 생태계 플랫폼 ‘SAFE’를 구축했다. 아울러 7나노미터(nm)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을 통해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SK하이닉스는 100%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 우시 시정부 투자사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우시에 200mm 웨이퍼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하며 반도체 사업 다양화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작년 말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꾸린 SK하이닉스도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 적용할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중국 기업 견제 필요성 높아져 = 한편, 업계에선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반도체 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연말 미국은 중국 D램 기업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고 기술 탈취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호재가 될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기술력 수준이 아직 현저히 낮아 무역전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렸다.

다만, 중국이 ‘마이크론 반독점 조사’ 카드로 반격하면서, 같이 조사받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중 갈등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업계는 관련 동향을 여전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푸젠진화반도체, 이노트론,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하는 국내 핵심 인력이다. 올해 삼성전자 D램 설계 출신 한 임원(상무)이 이노트론으로 이직하자 삼성전자는 이 임원의 근무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는 이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삼성전자도 핵심 인력의 경쟁사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는 얘기다.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와 ‘국가 핵심 인력 유출’을 조율해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신현석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