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CES 2009] 日 TV업계 ‘사면초가’…韓中에 ‘샌드위치’

윤상호 기자

- 소니 도시바 샤프 등 신기술 경쟁 밀려…PDP TV 1위 파나소닉 ‘체면치레’

일본 TV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계속되는 적자로 신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심지어 중국업체에까지 추격을 당하고 있다. ‘엔고’ 여파로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 세계 LCD TV 2위 소니는 이번 회계연도에 TV부문에서만 1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PDP TV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나소닉도 관련 사업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출 전망이다. 세계 경기 침체로 산업 재편이 예상되고 있어 향후 1~2년이 일본 업체들의 생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09’에서 TV업계 명암이 갈렸다. 삼성전자 LG전자 부스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 부스는 한산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일본 업체가 차지하던 전시 구역을 중국에게 내줬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전성호 상무는 “일본 업체의 어려움은 차기 성장동력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LCD TV 초기 1위는 샤프였지만 지금은 군소업체로 전락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단지 기술 발전만을 강조하면 실제 소비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디자인, 슬림화 등 차별점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점들에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경영난으로 투자 소홀…목전 이익 '급급'=한국 업체들은 이미 기술력에서 일본 업체들을 앞질렀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LED 백라이트 TV, 480Hz LCD TV, 풀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울트라HD(UD) TV, 인터넷 TV 등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업체들은 인터넷 TV 정도가 신제품이다. 기술적 우위를 보여 줄 수 있는 제품은 기존 제품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나마 파나소닉이 선보인 8.8mm 두께 PDP TV와 LED를 활용한 도시바의 ‘셀Cell) TV’가 체면치레를 했다. 소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21인치 AMOLED TV는 삼성전자의 31인치 AMOLED TV에 밀려 빛이 바랬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일본 TV업체들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일본 업체가 힘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이유는 지속된 적자 누적으로 더 경영 자체가 어려워 투자가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다. 도시바 샤프에 이어 소니마저 중저가 LCD TV 시장에 관심을 표명했다.

소니는 지난 2008년 회계연도 동안 TV 분야에서만 1조원 가량의 적자를 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체 인원의 5%를 감원키로 했다. 설비투자도 줄인다. 2010년 회계연도까지 집행키로 예정됐던 금액의 30%축소했다. 슬로바키아에 만들기로 한 LCD TV 공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도 추가 구조조정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저가 시장 공략도 만만치 않다. LG전자, 중국업체 등과 경쟁해야하지만 엔고로 가격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PDP TV 1위 파나소닉, '너 마저'=PDP TV 시장 1위 파나소닉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PDP TV 시장 규모가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월평균 100만대의 PDP TV를 팔았다. 손익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LCD TV 시장 진출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PDP TV 시장 잠식과 직결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 강신익 사장은 “엔강세 등으로 올해가 일본 업체들에게 고비가 될 것”이라며 “PDP의 경우도 지난해 우리가 모듈까지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일본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은 경영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업계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췄다.

한편 그동안 일본 업체가 차지해왔던 전시공간을 중국업체가 차지해 관심을 끌었다. 일본 산요가 파나소닉에 인수돼 이번 행사 참가를 포기한 탓으로 전해졌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그 자리를 꿰찼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의 현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한국에는 기술, 중국에는 가격에 밀려 일본 업체의 어려움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스베이거스=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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