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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15, 결산] 예상깬 흥행,문화산업 격상…모바일게임 ‘주목’

이대호

지스타 2015가 열린 벡스코 광장 전경
지스타 2015가 열린 벡스코 광장 전경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5’가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렸다. 올해 지스타는 흥행 부진 우려에도 전년대비 관람객이 늘었다. 이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네시삼십삼분(4:33) 등 주요 참가기업들이 고군분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지스타는 모바일게임이 전시장 ‘조연’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게임과 대등한 흥행파워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게임도 전시 주축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는 넥슨의 역할이 컸다. 역대 최대 규모 300부스 가운데 100부스를 모바일게임 전시에 할애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번엔 게임업계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건도 생겼다. ‘소스 탈취’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스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넥슨 모바일게임 부스에서 시연기기 1대에 이상이 생겨 점검한 결과, 주최 측이 설치하지 않는 다수의 애플리케이션(앱)이 발견됐다. 당시 게임 극초반부의 상당히 간소화된 시연버전이 공개된 터라 기술력 유출 등의 우려는 없었다. 넥슨은 곧바로 기기 점검 등의 조치를 하고 물리 보안을 강화했다.

◆지스타 2015, 역대 최대 인원 관람=올해 지스타엔 약 21만명(폐막 1시간전 집계 20만9566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행사 도중인 지난 14일엔 하루 종일 비가 왔지만 참관객들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날짜별로 보면 일반인(B2C) 관람객은 개막일인 12일에 3만4813명, 다음날인 13일에 4만3330명, 14일에 7만4423명, 마지막 날인 15에 약 5만7000여명(17시 기준)을 기록했다.

기업거래(B2B)관도 흥행 성과를 거뒀다. 올해 처음으로 벡스코(BEXCO) 제2전시관 1층과 3층 전관을 활용했는데 유료 바이어 숫자가 전년대비 7.5% 증가한 1781명을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 B2B관 입장료는 20만원으로 전년대비 2배가 올랐다. 이 같은 입장료 상승에도 바이어 방문이 전년보다 늘어 지스타가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게임비즈니스 공간으로 거듭났음을 알렸다.

◆모바일게임도 지스타 전시 주축으로=올해 지스타에선 모바일게임도 온라인게임과 함께 전시 주축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만해도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밀려 조연에 그친 듯한 인상을 줬으나 올해는 그런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전시 분위기 변화엔 넥슨이 큰 역할을 했다. 넥슨은 모바일게임존을 전년대비 규모를 대폭 확대한 100부스로 꾸몄다. 넥슨 왓 스튜디오의 ‘야생의 땅: 듀랑고’의 시연 콘텐츠를 최초로 공개했고 전략역할수행게임(SRPG) ‘삼국지조조전 Online’의 체험 기회도 마련했다. 대형 모바일 액션게임 ‘HIT(히트)’와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최신 모바일게임 ‘메이플스토리M’ 등을 내놨다.

대형 모바일게임 ‘로스트킹덩’ 등을 앞세운 4:33과 모바일게임 커뮤니티 헝그리앱 등도 지스타에 참가해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가상현실(VR)게임에 이목 집중=가상현실(VR)게임도 주목받았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가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둔 ‘플레이스테이션(PS) VR’을 선보였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도 VR 체험관을 마련했다.

사실 VR게임을 콘텐츠 자체로만 보면 10년 전 수준에 머무른다. 간단한 캐주얼게임이나 이용자의 조작이 거의 필요 없이 보는 것만을 강조한 게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VR 체험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관람객들은 열광했다.

특히 공포게임 ‘키친’의 반응이 좋았다. 키친은 선혈이 낭자한 폐쇄된 공간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등 공포영화 속 시나리오가 눈앞에서 현실로 살아나는 느낌을 잘 살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실감이 대단했다”는 게 체험자들의 평가다. 소니 측은 지스타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PS VR 기기를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등 기대감을 보였다.

◆게임도 문화산업…블소 뮤지컬 눈길 끌어=올해 지스타 현장에선 엔씨소프트가 지난 6개월간 준비한 ‘블레이드&소울(블소) 야외 뮤지컬’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게임의 웹툰화 등의 사례는 많았으나 게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뮤지컬을 만든 사례는 대단히 드물다. 이 때문에 블소 뮤지컬은 ‘게임 지적재산권(IP)의 다변화’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묵화마녀 진서연’ 블소 뮤지컬은 지난 13일 저녁 영화의 전당 야외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남경주 예술감독 등 국내 정상급 배우진을 기용해 만든 공연이다. 진서연 역의 리사 등 기존에 알려진 배우 출연진뿐 아니라 언프리티 랩스타의 투르디와 헤이즈를 비롯해 전용준 등 e스포츠 캐스터들과 풍물패, 탭댄스 팀 등 수십명이 동원돼 현장에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게임 소스 탈취’ 업계 공론화 필요=‘게임 소스 탈취’ 정황은 이번 지스타에서 처음 포착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은 넥슨 ‘야생의땅:듀랑고’ 시연대에서 일어났다. 넥슨 측은 시연기기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아 점검 결과, 주최 측이 설치하지 않은 다수의 중국 앱이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장초기화(팩토리리셋)를 해도 앱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자 즉시 정상적인 시연기기로 바꿨다.

이는 시연시간 15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업계에선 게임 소스 탈취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소스가 탈취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넥슨 측은 야생의땅:듀랑고 시연버전의 경우 게임 극초반부(프롤로그) 부분만 담고 있어 소스 유출의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넥슨 측은 “문제발견 이후 시연장에서 시연 이외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주기적으로 스태프들이 시연기기 점검을 하는 등 물리적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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