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中 폭리 취하던 네온가스…韓 반도체, 국산화 성공에 가격 '뚝'

김도현

- 노광공정 필수 소재…2019년 말부터 내재화 추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은 반도체 핵심 소재를 불가피하게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게 됐다. 해당 시장을 주도하게 된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을 대폭 올렸고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사들여야 했다. 결과적으로 수입액과 평균가는 수십 배 높아져 원가 부담이 더욱 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3분기부터 토종 협력사의 네온을 사용 중이다.

네온은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쓰이는 희귀가스(공기 중 0.00182% 포함)다. 노광은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빛을 조사해 회로 패턴을 그리는 단계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빛인 불화아르곤(ArF), 불화크립톤(KrF) 등 원료가 네온이다. 참고로 익숙한 네온사인은 진공 상태에서 네온에 공기를 주입하는 식으로 색을 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50~60% ▲러시아·우크라이나 30% ▲미국 등 기타 10~20% 순으로 네온을 조달해왔다.

문제는 지난 2월 시작된 러·우 전쟁 장기화로 적지 않은 네온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점. 기회를 잡은 중국은 단가를 대폭 상향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네온의 톤(t)당 네온 가격은 2021년 ▲10월 5만6600달러 ▲11월 14만6500달러 ▲12월 3만8400달러, 2022년 ▲1월 17만5900달러 ▲2월 31만4400달러 ▲3월 56만5800달러 ▲4월 146만200달러 ▲5월 248만4100달러 ▲6월 290만200달러 ▲7월 255만4600달러 ▲8월 256만9000달러 ▲9월 235만6200달러 ▲10월 77만6600달러 ▲11월 74만8400달러 등으로 집계된다.

공교롭게도 2월을 기점으로 수치가 높아지더니 4월부터 100만 단위에 진입하더니 6월에는 거의 300만에 육박하게 된다. 3분기(7~9월)까지 200만달러 이상을 유지하다가 10월부터 급감하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국산 네온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가장 높았던 2022년 6월과 2021년 6월(4만9500달러)의 몸값 차이는 약 59배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도 전 세계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임을 고려하면 중국이 얼마나 폭리를 취했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수입금액으로 따져도 올해 4월부터 1000만달러를 돌파하더니 7월에는 5500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평균가와 수입량이 동반 상승한 영향이다. 그러다 11월부터는 300만달러대까지 낮아졌다.

이번 성과의 1등 공신은 포스코와 티이엠씨(TEMC)다. 각각 제철과 특수가스가 전문인 회사다. 양사는 2019년 말부터 약 2년 동안 네온 직접 생산을 준비했다.

포스코가 제철 공정용 가스 생산에 사용 중인 대형 공기분리장치를 활용한 광양제철소 산소공장과 TEMC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국내 최초 네온 생산 설비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추출한 네온을 TEMC 기술로 정제한 후 노광용 가스까지 생산하게 되면서 모든 공정을 내재화했다.

두 회사는 작년 말 시운전 등을 거쳐 제품 품질 평가를 마쳤고 올해 1월 준공 및 초도 출하에 나섰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부터 포스코와 TEMC가 양산한 네온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10월 기준으로 전체 네온 사용량 40%를 국산으로 대체했고 오는 2024년 전량 국산품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네온에 이어 제논까지 국산화한다고 발표했다. 제논은 3차원(3D) 수직구조(V) 낸드플래시 등 첨단 반도체의 식각공정에 필요한 희귀가스다. 식각은 노광 이후 웨이퍼에 새겨진 회로 외부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이다.

포스코와 TEMC는 네온과 유사한 방식으로 2023년까지 제조 기술을 확보한 뒤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제논 등의 국산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원익머트리얼즈, 솔머티리얼즈 등 한국 기업들도 네온 등을 일부 공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역시 생산량을 늘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고객의 국산 비중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과점 행태와 러시아의 희귀가스 수출 제한 조치 연장 등으로 국내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었는데 한국 소재사가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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