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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황금주파수의 저주…KT 아쉬운 주파수 전략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급변하는 시장환경 때문에 통신사업자의 주파수 정책이 연이어 실기(失機)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KT의 경우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과 1.8GHz 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과열경쟁'. '승자의 저주' 우려로 결국 29일 입찰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KT는 황금주파수로 위상이 올라간 1.8GHz, 또는 2.1GHz를 출혈 없이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게 됐다.

이번에 나온 1.8GHz 대역은 사실 KT가 2G(PCS)용도로 사용하던 것이다. 40MHz폭을 사용하다가 20MHz는 재할당 받고 20MHz는 반납해 이번 경매에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해 2월 방통위가 800/900MHz와 2.1GH 주파수 할당계획을 마련했을때 KT는 900MHz를 선택했다.

KT의 900MHz 선택은 1년 뒤 역풍으로 되돌아왔다.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1.8GHz 대역에서 20MHz폭을 확보하게 될 경우 연속으로 40MHz폭에 달하는 1.8GHz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LTE 대역으로 인기가 높은 1.8GHz임을 감안하면 LTE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멀찌감치 선두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KT는 1.8GHz 20MHz폭을 반납하는 대신 저대역 주파수인 900MHz를 선택했다. KT는 오는 11월 현재 보유하고 있는 1.8GHz 대역의 20MHz폭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900MHz 대역은 아직 활용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900MHz를 LTE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이 많지 않아 단말기 수급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KT가 900MHz를 포기하는 대신 1.8GHz를 반납하지 않았다면 SKT와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하지 않고 일찌감치 40MHz에 달하는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차선으로 900MHz가 아닌 2.1GHz를 확보했을 경우 3G 데이터 폭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 한번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KT는 주파수 할당심사에서 가장 고득점을 받아 주파수를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지난해 2월만해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나오기 전"이라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3G 주파수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그 당시로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SKT의 800MHz 황금주파수에 대한 대응 때문에 경쟁사들은 저대역 주파수를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무제한 요금제가 허용되지 않았다면 이번 경매에서 이 같은 과열경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주파수 경매 과열현상의 단초는 SKT를 제외한 사업자들의 저대역 황금주파수를 향한 열망과 스마트폰 시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예측 불가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 앞으로 통신사업자들이 확보한 주파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때 황금주파수로 위상을 떨치던 저대역 주파수가 이번 경매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천대받던 1.8GHz 주파수가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것처럼 말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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