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모호했던 SK플래닛, 이젠 ‘커머스’ 기업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뭘 하는 회사인가”
SK플래닛(사장 서진우)이 지난 2011년 설립된 이후 미디어로부터 가장 많이 듣던 말이다. T맵과 T스토어, 11번가 외에도 기업거래(B2B)를 위한 여러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기업 정체성이 모호했다. 보통 사람들에겐 ‘T맵을 서비스하는 회사’정도로 각인돼 있었다.
그러던 중 SK플래닛이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자리를 한차례 가진다. 지난 2014년 6월, ‘넥스트 커머스’(차세대 상거래) 전략을 내세워 기자간담회를 연 것이다. 당시 ‘시럽’ 서비스의 출시를 알리고 모바일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그 이후에도 SK플래닛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꼬리표를 떼진 못했다. 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사업 영역이 그대로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지난 29일 SK텔레콤의 SK플래닛 사업 재편 발표와 같은 날 SK플래닛 이사회 의결을 계기로 SK플래닛은 다시 한번 ‘커머스’ 기업임을 알리게 된다.
SK플래닛 사업 재편의 골자는 11번가 운영업체 커머스플래닛의 흡수합병과 플랫폼, T스토어 부문의 분사다. 내년 2월로 예정된 합병과 현재 시기를 고려 중인 인적 분할 이후에 SK플래닛은 ‘커머스’에 올인하게 된다.
SK플래닛은 이번 사업 재편의 키워드로 ‘글로벌’을 내세웠다.
내년에 터키(n11)와 인도네시아(일레브니아)에서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를, 2017년엔 말레이시아(11street)에서 1위를 목표했다. 내년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사업 확장과 함께 SK플래닛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핵심 사업이 있다. 바로 O2O 서비스 ‘시럽’(Syrup)이다. 시럽은 오픈마켓 분야는 물론 여러 상거래 업체들과도 차별화가 가능한 SK플래닛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먼저 SK플래닛은 2020년 11번가의 거래액 목표를 12조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국내 3위 종합 유통사업자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또 3300만 가입자를 보유한 OK캐쉬백 기반으로 핀테크(Fintech) 사업을 확대하고 시럽 월렛과 시럽 오더, 시럽 테이블 등의 O2O 서비스간의 결합을 통해 본격적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를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SK플래닛은 “그 동안 O2O시장에서 디지털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도했고 11번가도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들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듯이 커머스 시장의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11번가와 O2O 서비스 간의 시너지 효과 여부에 주목하게 될 전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페이(간편결제) 등으로 O2O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인 단계”라며 “SK플래닛의 경우 고객 록인(잠금효과)이 가능한 OK캐쉬백 플랫폼을 가진데다 여타 유통 업체에 없는 시럽 서비스가 있으니 컨버전스(융합)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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