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24 밸류業금융⑮] 美 금융당국 매서운 눈초리… 여전히 AML 문제점 드러나는 은행권

박기록 기자

- 작년 9월말, 신한은행 미국법인 美 금융당국과 맺은 'AML 프로그램 개선 이행 합의각서' 이행 미흡거액 벌금 결정

- 국내 은행권, 여전히 AML 대응 미흡 노출…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지속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각종 법과 제도 등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숙명이다. 특히 이는 금융산업 자체가 규제 산업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같은 촘촘한 규제를 통해서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기때문이기도하다.

그런점에서 금융회사의 '규제 대응' (Compliance) 능력은 밸류업을 구현하기위한 중요한 필수 덕목이다.

현재 금융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규제대응 리스크 중 단연 1순위로 손꼽히는 것은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이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금융당국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어느덧 1년 전 일이다. 당시 추석연휴로 어수선해있던 국내 금융권을 당혹스럽게 하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신한은행의 미국 현지 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SHBA)이 '자금세탁 방지(AML) 프로그램 개선 수준 미흡'으로 미 재무부 등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총 34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는 내용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뉴욕주금융청(NYSDFS)등이 각각 아메리카신한은행(SHBA)에 부과한 제재금의 총액이 무려 2500만 달러(한화 약 330억원)에 달했던 것이다.

◆왜 계속 AML 문제가 돌출될까신한은행 미국법인 벌금 부과가 충격적이었던 이유

신한은행 브랜드의 국제적인 대외 이미지 추락은 일단 논외로 놓더라도, 아메리카신한은행에 대한 미 금융 당국의 이같은 거액의 제재금 부과 소식이 국내 금융권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두 가지 이유때문이다.

첫째는 아직도 자금세탁방지(AML) 문제에 있어,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대응이 여전히 허술하며, 언제든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참고로, 지난 2017년 12월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과 관련 인력 충원 미흡으로 미화 1100만달러(한화 약 119억원)의 과태료를 NYDFS(뉴욕금융감독청)에 납부했고, 이어 2020년 4월에는 기업은행이 미국 연방 검찰과 뉴욕금융감독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1049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를 지켜봤던 국내 금융권은 이후 AML 대응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와 전문 인력 충원 등 물적, 인적 능력을 크게 강화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미 금융당국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그 해법을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는 실제 테러 등의 혐의로 인해 제재를 받는 국가나 기관 등과의 불법 자금거래로 인한 AML 관련 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의 'AML대응 미흡'만으로도 얼마든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금융당국으로 부터 당시 벌금을 부과받자, 아메리카신한은행 측은 "자금세탁 방지 프로그램이 미흡하는 지적일 뿐 실제 사고가 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과 함께 대외신인도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처럼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없다'는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입장이 무색하게, 미 금융당국이 바라보는 '자금세탁 개선 조치 미흡'은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있어 매우 중대한 위반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무거운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왜 그럴까.

미 금융당국에 따르면, 어느날 갑자기 아메리카신한은행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것이 아니다.

앞서 미 금융 당국은 수년간 일정의 시차를 두고 지속적인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 개선에 나설 것을 아메리카신한은행측에 권고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해하지 않음에 따라 미 금융당국이 벌금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

또한 벌금을 낸다해도 완전히 면책이 되지 않는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벌금 부과는 기존의 AML 프로그램 개선 조치 미흡에 대한 행정제재이고, 만약 그 이후에도 개선되지않으면 그 시점부터 또 다시 벌금이 카운트돼 부과될 수 있다"며 "결국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운신하려면 AML 대응 과제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 2017년, 아메리카 신한은행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 따라, 아메리카신한은행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인력 확충과 내부 통제 등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FDIC 등은 아메리카신한은행의 개선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 벌금 부과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따르면, 아메리카신한은행측이 AML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현·유지하지 못해 수백 건의 의심스러운 금융 활동 관련 거래를 FinCEN에 적시 보고하지 않아 2016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BSA(은행비밀법, Bank Secrecy Act)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탈세, 자금세탁, 기타 금융범죄 등 수천만 달러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적시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FinCEN측의 주장이다. 미 FinCEN은 우리 나라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같은 기능을 하는 정부 기구다.

벌금 부과가 결정된 후,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및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착시켜나가고, 아울러 모행인 국내 신한은행측도 국외 점포의 모니터링과 함께 AML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

지난해 9월2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홈페이지에 게재된 아메리카신한은행 벌금 부과 내용 자료 캡쳐
지난해 9월2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홈페이지에 게재된 아메리카신한은행 벌금 부과 내용 자료 캡쳐

◆은행권, 여전히 AML 미흡…금감원, 최근 카카오뱅크·우리은행에 AML 미흡 경영개선 조치

지난 몇차례의 거액 벌금 부과 사태 이후,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AML 대응 수준은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란게 관련업계의 진단이다.

국내에선 여전히 AML 대응 미흡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에 의한 자금세탁 대응의 복잡성과 함께 위험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이같은 허술한 AML 대응 문제는 큰 우려를 낳게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2일자로 우리은행에 AML업무 미흡과 관련한 총 5건의 개선 사항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5개 개선 사항과 관련 ▲외국인 및 법인 고객확인업무(KYC) 미흡 ▲고객확인업무 및 고객위험평가제도 운영 미흡 ▲사기이용계좌 등록 정보의 자금세탁방지 업무 연계 미흡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업무 운영 미흡 ▲독립적 감사 미흡 등을 지적했다.

관련하여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외국인에 대한 고객확인시 여전히 비문서적 방법을 통한 확인을 수행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의 국내 거소 확인이 미흡하게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과 법인에 대한 고객확인 업무수행 모니터링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일부 고객확인 정보가 잘못 기재되거나 증빙서류가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측에 ▲외국인 및 외국인 설립 법인에 대한 고객 고객확인시 국내 거소 등에 관한 확인 철저 ▲증빙서류 필수 등록 ▲고객확인 모니터링 인력의 적정 여부를 검토해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 마련할 것 등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또 지난 7월17일에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의심스러운 거래 추출기준 적정성 검토 미흡▲의심스러운 거래 모니터링 체계 미흡 등 AML 관련 개선사항 4건을 지적하고 개선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의심스러운 거래 추출기준 전반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가상자산사업자 리스트 등 추출기준에 사용되는 자료의 최신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절차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